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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무능한 선의의 정부는 사절한다

중앙일보 2014.04.24 00:10 종합 27면 지면보기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선장이 먼저 도망치고,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언론은 ‘오버’하는 등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하게 남는 의문은 이거다. 해경 구조대는 어째서 선내로 들어가 그 안의 조난자들을 끌어올려 구조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



기운 배에서 그 높은 입구를 향해 맨손으로 뛰어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저 안에 사람들이 많다”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구조대가 못 들었을 리 없다. 그런데 구조대는 침몰까지 한 시간여 동안 자력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만 열심히 구조의 손길을 뻗었다.



 중계방송을 보았으므로 그들이 얼마나 분주했는지 안다. 우리는 선의(善意)에 대해서는 결과가 잘못돼도 비난하거나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해경이 80명 구했으면 많이 구하지 않았느냐”는 해경 간부의 말도 선의를 실천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변명으로 들렸다.



그런데 해경 구조대는 선의의 봉사단체가 아니라 국민들이 생명을 맡긴 구조전문 공무원이다. 이번 구조현장을 보면 구조전문가인 그들이 현장구조 훈련조차 안 돼 있었거나 장비조차 안 갖췄거나 책임을 회피했다는 의심을 자아낸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구조에서 무능이든 회피든 용납돼선 안 된다. 구조현장에 필요한 건 상황을 장악하는 유능함이지 선의와 무익한 부지런함이 아니다. 구조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한다. 이번 현장에선 과정은 서툴렀고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는 책임 있는 자들의 ‘선의만 있는 무능’이 얼마나 큰 해악인지 알게 됐다. 국민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처음으로 한 방에 깨진 건 안전행정부 차관이 사고 후 첫 브리핑에서 무구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확인해 보겠습니다”만 연발한 순간이었다. 또 교육부 장관이 희생 학생 빈소를 찾은 것도, 장관을 잘 모시려는 수행원이 미리 유족에게 달려가 “장관님 오셨습니다”라고 한 것도 모두 선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게 비탄에 잠긴 유족들을 얼마나 자극하는 행위인지에는 무지했다. ‘하는 일은 없으면서 생색만 내는 관료’의 표본으로 다시 한번 정부 불신에 기름을 부은 건 선의는 있었으나 민심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자기 직분에 대한 무지와 무능은 어떤 경우라도 죄다. 국민에게 필요한 건 착한 정부, 착한 구조대가 아니라 유능한 정부, 유능한 구조대다. 내 생명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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