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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피플’의 지구 사랑법

중앙일보 2014.04.22 01:32
최근 휴지 대신 손수건을,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등 작은 실천으로 환경 사랑에 앞장서는 ‘에코 피플’이 늘고 있다. 병들어 가는 지구를 위해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꾸는 사람들. 그 중심에 서서 매일매일을 ‘지구의 날’처럼 살아가고 있는 윤호섭 교수와 김현정씨를 만나 지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천연세제 직접 만들어 손빨래하고 냉장고 사용 줄이고 옷은 오래 입고…

김현정 대표는 환경매거진 ‘그린마인드’를 통해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 환경매거진 에디터 김현정 그린마인드 공동 대표



평범한 20대 여성들이 모여 환경매거진 ‘그린마인드’를 만들었다. 잡지 어디에도 ‘환경을 보호하자’는 슬로건은 보이지 않는다. 편지를 띄우듯 진솔하게 환경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린마인드 김현정 공동 대표의 일상은 ‘그린’으로 물들어 있다.



집에 세탁기 없애고 손빨래…화학세제 안 써요



스물아홉, 한창 꾸밀 나이인 김 대표는 갖고 있는 옷이 몇 벌 되지 않는다. 이 옷들도 대부분 면 소재 제품이다. 김 대표의 집엔 세탁기가 없다. 매일 손빨래를 하기 때문에 빨래하기 쉬운 면 소재 옷을 주로 입는 것이다.



화학세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양말이나 셔츠·속옷·티셔츠 등은 천연 비누로 손빨래하고 부피가 큰 세탁물은 천연세제를 사용해 빤다. 직접 만든 천연세제를 사용해 손빨래를 한 지 9년이 넘었다. 김 대표가 천연세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베이킹 소다를 따뜻한 물에 풀어 세탁물을 30분 정도 담가주면 환경 오염 걱정 없이 말끔하게 세탁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환경 오염을 줄이고 물도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 세탁법”이라고 말했다.



천연 성분, 친환경 용기로 만든 화장품 사용해요



김 대표는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다. 화장품도 별로 쓰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멋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장품을 사야 한다면 천연 성분이 들었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용기 뒷면의 성분표를 확인해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고르고, 분해에 500년 이상 걸린다는 PVC 패키지 제품을 쓰지 않으면 ‘개념 있는 소비’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건 버리기 전에 재활용 방법 고민해요



김 대표는 2년 전 듣게 된 독립출판 강의에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친구 전지민씨를 우연히 만나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한 그린마인드를 창간했다.



이 잡지엔 유명인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광고도 없다. 불필요한 장식이나 포장도 하지 않는다. 콩기름 인쇄와 재생지를 사용해 매번 필요한 부수만 찍는다. 잡지 부록을 통해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버리는 끈으로 만든 에코팔찌, 벽지 샘플 이면지로 만든 노트,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열쇠고리, 떨어진 블라인드로 만든 책갈피 등이 그린마인드의 부록이다.



김 대표는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500여 개씩 부록을 만들어 독자에게 나눠줬다”며 “물건을 버리기 전에 다른 곳에 쓸 수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갖자”고 강조했다.



윤호섭 교수는 표지를 내지의 3분의 1 크기로 만든 달력을 제작했다. 자원을 낭비하지 말자는 의미다.


●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윤호섭 교수는 우리나라 1호 ‘그린 디자이너’다. 국내 대학에 최초로 ‘그린 디자인’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그는 대중에게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다. 13년 동안 주말마다 서울 인사동에 나와 천연 재료로 만든 페인트·붓으로 행인들의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준다. 녹색 물감으로 별과 꽃을 그리는 그의 붓끝에서 환경 사랑 메시지가 전파된다. 윤 교수의 24시간은 온통 지구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10년 넘게 냉장고 없이 살아요



윤 교수의 집에는 냉장고가 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10년 넘게 냉장고 없이 살고 있다. 쉽게 상하지 않는 식품 위주로 장을 보고, 초저온 보관이 필요하지 않는 식품은 선선한 곳에 보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냉장고 없는 생활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윤 교수는 “냉장고의 크기와 사용을 줄이기만 해도 에너지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냉장고를 작은 것으로 교체하는 게 힘들다면 여름·겨울철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날엔 1시간 정도 냉장고를 꺼두는 것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윤 교수는 “냉장고 다운사이징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냉장고 문을 여는 횟수를 줄이고 최대한 빨리 문을 닫는 습관만으로도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옷은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요



윤 교수는 단벌 신사다. 녹색 모자와 오래된 면바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새 옷을 구입한 게 아주 오래전이다.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옷 역시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옷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윤교수. 하지만 이것 역시 실천하기 어렵다. 윤 교수는 “옷을 사지 않는 것이 힘들다면 한번 구입한 옷을 오래 입기 위해 노력해 보라”고 권한다. 옷을 소중히 다루고 오랫동안 입다보면 저절로 자원의 소중함을 깨닫고 뭐든지 쉽게 버리는 버릇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가족과 함께 환경 도서 읽으세요



많은 사람이 재활용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같은 소소한 실천을 하면서도 ‘나 하나 바뀐다고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윤 교수는 그런 이들에게 가족과 함께 전문가들이 직접 겪고 연구한 결과를 담은 환경 도서를 읽으라고 조언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란다. 『나무를 심는 사람』(장 지오노), 『마지막 거인』(프랑수아 플라스)을 추천한 윤 교수는 “실천하기 전에 인식이 먼저 돼야 한다. 그래야 실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신도희·한진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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