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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재난 법안 처리 '0' … 국회도 책임 있다

중앙일보 2014.04.22 01:00 종합 4면 지면보기
박성우
정치국제부문 기자
요즘 여의도 국회 주변에는 술이 동반되지 않은 식사자리도 취소하겠다는 국회의원이 많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침울한데 자칫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비난이 쏟아질까 두려워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언행이 상황에 맞는지 신중에 신중을 더해 달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도 “해양경찰청 등 사고 관련 기관에 자료 요구를 자제해 달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 때문에 구조작업에 지장이 생겼다는 얘기가 나올까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침몰사고 대책위원회는 19~20일 소속 의원 전원에 세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입단속을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아무리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해도 국회의원들은 이미 이번 참사에 원죄가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들만 통과시켰어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 자주 지적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재난사고 대처 매뉴얼이 마련돼 있는데도 공무원들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당시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보면 매뉴얼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그 여부를 정부 보고서에 명시하고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법안이 통과됐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이 법안은 아직도 국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사고 수습 때 정부기관뿐 아니라 기술력이 뛰어난 민간전문가를 활용하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 역시 소위에서 잠자고 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수학여행을 갈 때 학교 측이 보험가입 여부는 물론 이용시설의 안전관리 실태까지 확인하도록 하는 법안 ▶여러 법률에 분산돼 있는 선박 입·출항 관련 조항들을 정비하고 관제센터와 선박 간 교신에 대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법안 도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냈지 실행에 옮긴 건 ‘0’이다. 평소 국회 상임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할 의무가 있다. 국회가 이 모양이니 사망자 명단 앞에서 사진 찍는 공무원이나 실종자 가족 한가운데서 라면을 먹는 장관도 나오는 것이다. 2012년 시작한 19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제대로 한 게 뭔가. 국회의원이 해야 할 본연의 일을 좀 하라.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애도 논평을 발표할 시간에, 우리 당에서 누가 또 실언을 해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생각할 시간에 말이다.



박성우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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