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물한 살 신상훈 '아이스하키 메시' 꿈

중앙일보 2014.04.22 00:52 종합 24면 지면보기
신상훈(21·연세대·사진)은 거친 아이스하키와는 어울리지 않게 순해 보이는 얼굴이다. 키도 작다. 강력한 보디체크가 다반사인 링크에서 어떻게 버틸까 싶을 정도로 왜소하다. 신상훈은 “키가 1m70㎝를 간신히 넘는다”고 했다.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1m69㎝)와 비슷하다. 그런데 그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다.


1m70㎝ 불리함, 스피드로 극복
평창 자동진출 노린 세계선수권
1차전서 3명 따돌리고 만회골

 신상훈은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 대표 22명 중 유일한 대학생이다. IIHF 랭킹 23위인 한국은 슬로베니아(14위), 오스트리아(16위), 헝가리(19위), 우크라이나(21위), 일본(22위)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3부 리그로 강등되는 최하위는 반드시 면해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개막전에서도 헝가리에 4-7로 패했다. 그래도 막내인 신상훈이 희망을 보였다. 그는 2-6으로 뒤진 3피리어드 7분 3초에 만회골을 넣었다. 현란한 개인기로 장신의 헝가리 수비수 둘 사이를 돌파해 골키퍼까지 따돌린 뒤 퍽을 네트에 꽂았다.



 신상훈은 아이스하키협회의 핀란드 프로젝트를 통해 기량을 끌어올렸다. 정몽원(59) 한라건설 회장이 지난해 아이스하키협회장이 된 후 추진한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이다. 핀란드 메스티스(2부 리그) 소속 키에코 완타의 지분 53%를 인수해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한국의 유망주 다섯 명을 입단시켰다. 해외에서 한국 선수를 받아주는 팀이 없자 아예 팀을 하나 만들어버린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개최국이 아이스하키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2부 리그에 잔류해야 올림픽 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신상훈은 이 프로젝트에 장학생으로 뽑혔다. IIHF 랭킹 2위 핀란드는 지난 2월 끝난 소치 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 3~4위전에서 미국을 5-0으로 꺾고 동메달을 딴 아이스하키 강호다. “덩치가 작아 핀란드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편견을 깨고 신상훈은 단숨에 주전을 꿰찼다. 2013~2014 핀란드 2부 리그에서 13골·10도움(46경기)을 올렸다. 팀 내 득점 2위다. 신상훈은 “처음에 보디체크를 당하면 골이 울릴 만큼 아팠다 ”며 “이제 피하는 요령이 생겼다. 스피드와 지구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상훈은 형을 생각하며 투지를 불태운다. 지난해까지 함께 대표팀에서 활약한 친형 신상우(27·대명 상무)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여읜 신상훈은 형과 우애가 각별하다. 신상훈은 “헝가리전에서 골을 넣은 뒤 형을 찾아 세리머니를 했다. 형 몫까지 뛰겠다”고 했다. 신상우는 “동생이 핀란드에서 많이 성장했다. 내 몫까지 뛰어주겠다고 할 때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21일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2차전에서 0-4로 패했다. 2연패를 당한 한국은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고양=김민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