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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 갇힌 심정 … 목숨 걸고 유도라인 연결"

중앙일보 2014.04.22 00:51 종합 8면 지면보기



로프 처음 설치한 민간 잠수부
"자원봉사 … 이름 밝히지 말아달라"















































“잠수요원 모두 내 가족이 갇혀 있다는 심정으로 목숨을 걸고 작업하고 있다.”



 세월호 수색작업에 민간 잠수부로 참여한 한국수중환경협회 경북본부 환경감시단장 심현산(52)씨는 이렇게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사고 현장에는 해경 외에도 민간인 잠수부 10여 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앞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빠른 물살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중환경협회 경북본부 회원 6명은 지난 18일 첫 생명줄(유도라인) 3개를 설치했다. 6명 중 3명이 포스코 직원인데 주중에 휴가를 내고 포항에서 진도까지 달려왔다. 회원 이모(60)씨는 18일 물속에 직접 들어가 유도라인을 선체에 고정하는 작업을 했다. 다이빙 경력 32년째인 이씨는 지금까지 각종 사고 현장에서 39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봉사”라며 한사코 익명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앞으로 구조계획은.



 “지금은 밧줄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손도끼를 들고 일일이 창문을 깨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큰 창문 하나를 개방해 열 명, 스무 명이 한꺼번에 투입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 배 안은 바깥처럼 물살이 세지 않다. 대규모 인력이 장시간 동안 샅샅이 수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물속 상태는 어떤가.



 “물살이 빠르다. 흔히 보는 강가 여울목의 물살 세기 두 배 정도라고 보면 된다. 처음 배 둘레를 따라 30m 간격으로 8개의 유도라인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21일 현재 5개의 로프 설치). 앞이 전혀 안 보이니 손을 더듬어 선체를 수색한다. 수심계(水深計·수심을 보여주는 장치)조차 안 보일 정도다. 배의 위치도 손으로 만져봐서 ‘둥그런 환기통 같은 게 있다’ ‘유리창 같은 것이 있다’고 파악한다.”



 - 민간 잠수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수중 구조작업은 경험이 중요하다. 단순히 다이빙 경력이 아니라 사체 인양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과거 52m 수심을 3, 4일에 걸쳐 수색해 시신을 인양한 적도 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17일 오전 6시 진도에 도착해 실제 작업을 한 게 18일 오전 10시로 꼬박 하루가 걸렸다. 19일 오전에는 날이 좋아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배가 지원이 안 된다고 해 황당했다. 현장 접근 권한은 해경에 있어 허가 없인 접근이 안 됐다. 해경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재난 이 터지면 혼자 할 게 아니라 곧바로 군·경·민 합동팀을 구성해야 일이 빨리 굴러간다.”



 -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나.



 “딸과 아내가 나서서 ‘국가적인 재난이 있을 때 가서 도와줘라.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나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 사실 불안하고 두렵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가족들을 생각하면 고맙고 힘이 난다.”



 - 앞으로 각오는.



 “애통해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어떻게든 빨리 창문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잠수부 전원이 투입될 수 있도록 길을 만들겠다.”



진도=이유정·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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