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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핵폐기물 저장소 하나 돌리는 데 100년

중앙일보 2014.04.22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미국에서는 핵 폐기물 저장시설 하나를 짓고 제대로 가동하기까지 100년 넘게 걸린다. 효율성이 아니라 안전성 확보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샌디아국립연구소 소렌슨 박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 포럼에

 미국의 저명한 사용후핵연료 전문가인 샌디아국립연구소 켄 소렌슨(58·사진) 박사는 “견제와 균형을 갖춘 투명한 규제 절차가 안전한 핵폐기물 처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렌슨은 미 에너지부 산하 샌디아연구소에서 31년 동안 근무하며 핵물질의 포장·운반·저장 기술 등을 연구해왔다. 지난 18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위원장 홍두승)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전문가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영구하고 안전한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소렌슨은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카마운틴 프로젝트’의 중단 과정을 설명했다. 미국은 1987년 네바다주 유카마운틴에 핵폐기물 지층처분장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제된 주민들이 반발했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며 부지선정 절차 등을 문제삼아 2009년 이를 중단시켰다.



 소렌슨은 “당시 에너지부가 저장시설 건설을 위해 원자력규제위(NRC)에 제출한 인허가 신청서가 8600장, 관련 문서가 10만 장이었다”며 “NRC에서는 이 자료에 대한 질문만 300여 개, 기술적 문제제기는 600여 건을 했고 모든 관련 문서는 일반에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NRC의 문제제기 단계에서 중단됐다. 그는 “여기까지는 건설만을 위한 인허가이고 운영, 저장시설 환기, 처분 등 각각의 단계에 대한 인허가를 따로 처리해야 해, 다 합치면 100년이 넘게 걸린다”며 “저장시설 완공 뒤에도 50년 동안 모니터링해 문제가 생기면 폐기물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NRC의 핵폐기물 신뢰성 원칙에 따라 이처럼 기준에 맞는 저장시설 마련 전에는 신규 원전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주민들과의 인식 공유가 우선돼야 한다는 건 유카마운틴 프로젝트가 남긴 교훈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핵폐기물 저장시설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만 계속 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렌슨은 “국민건강과 환경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전문가와 국민 모두 공감하는 규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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