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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자살 공화국

중앙일보 2014.04.22 00:10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4월 2일자 30면>

“죽겠다는 사람, 어떻게 막아” 인식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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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유희가 아니다. 자기의 의사만으로 그것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한국은 톨스토이의 명언이 무색한 사회다.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201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8.1명이다. OECD 평균의 2.3배다. 증가율도 1위다. 2000∼2010년에 10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에 포르투갈·칠레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감소세를 보였다. ‘자살 대란’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국가적 종합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죽겠다는 사람, 무슨 수로 막아’ 하는 안이한 생각이 오늘의 ‘자살 공화국’을 만들어냈다.



 자살 유형은 크게 의학적·사회적·철학적 자살로 나뉜다. 이 중 삶에 대한 궁극적인 회의에서 비롯되는 철학적 자살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지 있었다. 예방·관리하기 어려운 자살 유형이다. 반면에 고립감·스트레스·충격 등이 반복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자살이나, 육체적·정신적 질병 때문에 일어나는 의학적 자살은 사회 분위기와 정책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자살 원인·유형을 면밀하게 조사한 경우가 드물었다. 그렇다 보니 적확한 대책도 세우기 어려웠다. 1일 보건복지부가 자살 시도자 면접조사와 심리적 부검, 국민 인식조사를 토대로 대규모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살 시도자 1359명의 시도 이유를 조사한 결과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이 37.9%로 가장 많았다. ‘대인관계 스트레스’(31.2%)가 뒤를 이었고 ‘신체적 질병’(5.7%)도 적지 않았다. 의학적·사회적 자살 유형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흔히 자살 연구자는 교통사고와 자살을 비교한다. 1990년 초반, 10만 명당 40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경제가 발전하면 차가 늘고 차가 늘면 교통사고 사망이 늘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교통지옥을 만들었다. 이후 교통인프라를 정비하고 법규를 강화하며 대대적인 교통의식 선진화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지금은 10만 명당 10명대로 떨어졌다. 의학적·사회적 자살 역시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확 줄일 수 있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정책방향도 제시해 준다. 자살 시도 인구의 자살 사망률은 10만 명당 7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인구의 25배나 됐다. 단기적으로는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비극적 선택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자살 시도자에게 정기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울증 등이 정신이상이 아니라 뇌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복지·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얼마 전 국회 입법조사처는 매년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최대 3조8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죽겠다는 사람, 수를 쓰면 막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겨레 <2014년 4월 3일자 35면>

‘자살 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사회안전망 강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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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일 자살 시도자 면접조사와 심리적 부검, 국민 인식 조사를 토대로 대규모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자리를 9년째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살이라는 현상은 심리학의 대상이나 사회학의 대상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자살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잔혹한 논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은 통계 수치 속에서 개인이 처한 구체적 삶과 고통을 간과하기 쉽다. 둘 다 경계해야 할 태도다.



 그런데 복지부가 내놓은 자살예방 대책은 지나치게 의학적인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이 보인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겠다는 대책은 눈에 띄지 않고 전국민 정신건강검진을 추진하겠다고만 밝혔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약물을 복용하고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문제는 감춰지고 자살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결국 자살은 마음 약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지고,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한 국가의 책임은 사라진다.



 우선은 자살을 야기하는 사회구조를 고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경쟁에 내몰려 소외되거나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내고,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노인과 빈곤층에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확충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지금처럼 높았던 때가 있었다. 1960~1970년대 개발독재 시기다. 1965년 인구 10만 명당 29.8명이 자살했고, 1975년 자살률은 31.9명이었다. 박정희식 압축 근대화가 기존의 가족·친족·지역 공동체를 와해시켰고 사회안전망 없는 개발이 인간을 절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그런 비인간적인 사회구조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다.



 그래도 당장 응급조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긴급구조망을 연결해 줘야 한다. 전북 진안군이 좋은 사례다. 진안군은 2011년 10만 명당 자살자가 75.5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깜짝 놀란 전북도가 전수조사를 통해 자살 위험이 큰 노인 63명을 파악한 뒤 전문가들로 하여금 한 달에 한 번씩 노인들을 찾아가 상담하도록 했다. 2012년 사망률은 21.8명으로 뚝 떨어졌다. 1년 만의 변화다. 누군가가 자기들을 돌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논리 vs 논리

중앙 “자살 막기 구체적 접근” 한겨레 “자살 원인 분석에 비중”




보건복지부는 4월 1일 ‘2013 자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규모로 이뤄진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 발효된 자살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자살 원인과 자살 시도자 특성, 자살 위험 요인 등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07∼2011년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로 후송된 8848명 가운데 실제 자살한 사람은 236명(2012년 말 기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약 700명의 자살률로 지난해 일반인 자살 사망률인 10만 명당 28.1명의 25배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25배나 자살할 위험성이 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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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자들은 자살 시도 이유로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37.9%)을 가장 많이 꼽았고, 대인관계 스트레스(31.2%)와 경제적 문제(10.1%)도 꼽았다.



연령대별 자살 징후도 분석했는데 20대 이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살 관련 문구나 사진을 올리고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의 특성을 보였다. 30, 40대는 음주가 심해지며 가족이나 주변인과의 관계를 단절했으며 가정 내 문제가 심해졌다. 50, 60대는 자식에게 ‘부모님 잘 모시라’는 당부의 말을 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지나친 호의를 베푸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한국의 자살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사실을 적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는 한국의 자살률이 OECD 평균의 2.3배요, 자살 증가율도 1위임을 강조하며 복지부의 ‘2013 자살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도 이번 조사가 ‘앞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복지부가 내놓은 자살 예방 대책의 초점이 지나치게 의학적인 치료에 맞춰져 있다고 비판한다. 자살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자는 입장이다. 자살을 막으려면 자살을 하게 만드는 사회를 고치자는 개혁론인 셈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과도한 경쟁 지양, 노인과 빈곤층에 대한 물질적·정신적 지원이 자살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일보는 죽겠다는 사람은 막을 수 없다는 안이한 생각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자살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고 법규를 강화하며 대대적인 교통의식 선진화 운동’을 벌인 결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줄었듯이 자살을 막기 위한 국가적 종합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물론 자살 예방책으로 복지·안전을 촘촘하게 다듬어야 함을 말하고 있지만 그 수위는 한겨레보다 낮은 편이다.



한겨레는 자살 원인으로 ‘비인간적인 사회구조‘를 지목한다. 1960~70년대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박정희식 압축 근대화가 ‘기존의 가족·친족·지역 공동체를 와해시켰고 사회안전망 없는 개발이 인간을 절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의 높은 자살률도 과거의 비인간적 사회구조가 그대로 존속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책 담당자들이 경제 성장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복지와 분배에도 힘을 써달라는 간접적 주문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중앙일보의 해법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자살 시도 인구의 자살 사망률이 일반 인구의 25배나 된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할 것을 주문한다. 자살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증 등이 정신이상이 아니라 뇌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자살 위험성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상담 서비스가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높은 자살률을 효과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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