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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더 미룰 수 없는 산은법 개정

중앙일보 2014.04.22 00:05 경제 11면 지면보기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해 이전처럼 정책금융기관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산업은행법 개정 문제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몇 안 되는 법안 중 하나라고 한다. 물론 다른 법안들을 둘러싼 갈등으로 산업은행법 개정이 함께 표류할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여야의 정치력이 발휘돼 순조롭게 처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와 같은 기대는 산업은행법 개정의 기본 취지와 직결된다. 즉 산업은행을 다시 정책금융기관으로 되돌리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경제위기의 상시화 같은 금융환경 변화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추진됐던 이명박 정부 초기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여러 유럽연합(EU) 국가의 재정위기, 중국의 위기 가능성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경기 부진의 지속과 가계부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줄 정책금융기관이 빨리 본 모습을 갖추기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 융자 중심에서 투융자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재편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사실 시장 안전판 역할을 포함해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이 어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체제가 구축돼야 하는지의 문제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정책금융기관들의 문제도 복잡한데 민간 금융의 성장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산업은행이나 정책금융공사 등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범위를 넘어 위기 시 은행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까지도 포함해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모두 감안해 이상적인 정책금융체제를 마련하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경제위기 가능성에 직면한 정부가 시급히 정책금융체제 개편안을 만든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는 지점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청사진은 다른 한편으로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금융 여건의 변화와 높아진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따른 것이라 해도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여전히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많은 이가 흘린 땀과 열정을 어찌 헛수고라 하겠는가. 그러나 조금만 더 뒤로 물러서 역사를 바라보면 단선적인 역사의 발전이나 변화는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후퇴와 반복으로 점철된 가운데 그나마 조금씩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저명한 교육자 로렌스 피터는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를 사람들이 역사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왜 1, 2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는지, 좀 더 일찍 정책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는지, 향후 정책 및 민간 금융기관 간 마찰이 재연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어렵고 거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은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터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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