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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BRICs·Chindia·MINT … 한 묶음으로 다루는 건 위험

중앙일보 2014.04.22 00:05 경제 11면 지면보기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혈액형이 뭐예요?”



 지인이 난데없이 혈액형을 물어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병원 밖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게 낯설기도 했다. 필자가 당황하자 지인은 웃으며 A형이냐고 되물었다. 혈액형에 따라 비슷한 성격유형을 보인다고 설명하고는 실제로 당시 담소를 나누던 8명 중 5명의 혈액형을 맞혔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은 A형, 유별난 사람은 AB형 등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일반화하는 식이었다. 흥미롭긴 했지만 필자의 눈엔 A형이라고 밝힌 4명의 성격에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아 보였다.



 혈액형의 사례처럼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일정 기준으로 유형화하길 좋아한다. 투자업계에서도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경제수준이나 국민소득 등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같이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보유한 신흥국들을 묶어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공통의 기준에 따라 투자지역을 묶어 분류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복잡한 투자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기억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반화는 신중하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범주로 묶인 국가들이 비슷한 모멘텀에 의해 동반으로 수혜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각국 고유의 특징과 차이점을 간과하고 동일하게 취급해 성급한 일반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 4개국도 그렇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다는 걸 제외하면 다른 게 더 많다. 중국과 인도를 비교해 보자. 중국과 인도는 ‘친디아(Chindia)’라는 이름 아래 신흥국 투자 붐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투자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나라는 기본적인 정치체계에서부터 다르다. 또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금까지 사회기반시설에 크게 의존하고 소비시장의 비중은 별로 높지 않은데 반해 인도의 경제성장은 소비에 크게 의존해 왔다. 지표들로 본 경제상황도 다르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2%에 달하는 반면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물가상승률도 중국은 3%를 밑도는데 인도는 9%가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중국이 인도에 비해 더 높고 외환 보유상태도 더 건전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더 낮았다. 여기까지 보면 중국이 인도보다 더 나은 투자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4월 초 현재 MSCI 차이나 지수는 연초 이후 -3.4%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6.3%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제 수치보다 각국 경제상황이 한계점에서 개선되고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7.5%로 인도나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지만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인도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GDP의 약 5%였던 적자 규모가 최근에 GDP의 약 2.5%로 개선됐다.



 단일 국가 내에서도 일반화의 오류가 벌어진다. 중국 증시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에도 헬스케어·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업종은 상당히 높은 주가상승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중국 증시가 하락했던 것은 아직까지 지수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에너지 같은 업종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업종들의 주가 수익률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고 해서 중국 주식시장 자체를 비관적인 시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성별·연령·혈액형 등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의 모든 조건이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성격이나 취향이 다르다. 어떤 기준에 의해 동일하게 분류된 대상이라도 그룹이 개인의 특성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투자할 때도 해당 투자처가 속한 그룹의 특징들만을 가지고 대상을 일반화해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같은 그룹에 속하는 투자처라도 개별적인 지정학적 특징이나 펀더멘털, 소속기업들의 상황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뿐 아니라 민트(MINT, 멕시코·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터키),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와 같은 말들이 있으나 ‘일반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늘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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