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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 이기려 첫 급선회 → 스크루 고장 → 2차 급선회 가능성

중앙선데이 2014.04.20 00:44 371호 5면 지면보기
두 번의 꺾임, 그리고 침몰.

[세월호 침몰] 두 차례 급선회 미스터리

세월호가 침몰한 1차 원인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급회전을 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중앙일보 4월 19일자 1면). 경력 1년인 항해사의 운항 미숙이 대참사의 단초가 됐다는 게 세월호 침몰사건 검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급회전 이후 침몰하기까지의 행로를 둘러싼 의문은 끊이질 않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①세월호는 16일 오전 19노트(시속 35㎞)로 제주도를 향해 남동쪽으로 순항 중이었다. ②그런데 오전 8시48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갑자기 방향을 90도 가까이 오른쪽으로 꺾으며 남서쪽으로 급선회했다. ③이후 400여m를 시속 6㎞의 매우 느린 속도로 4분간 진행했다. ④그러다가 8시52분 또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확 틀더니 1.6㎞를 지그재그로 표류했다. <그래픽 참조>

핵심은 왜 이렇게 급격히, 그것도 두 번이나 방향을 꺾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 미스터리가 풀려야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합수본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차례의 급선회로 배에 실은 컨테이너와 자동차가 한쪽으로 쏠렸고, 이로 인해 균형을 잃은 배가 표류하다 결국 침몰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왜 급선회를 했는지가 사고의 전말을 밝혀 줄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단단히 고정하지 않은 화물이 화 키워
첫 번째 급회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우선 잘 보이지 않는,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맞닥뜨렸을 가능성이다. 암초가 대표적이다. 물속의 암초는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더구나 만든 지 20년이 넘은 세월호는 레이더가 종종 고장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속 35㎞로 정상 항해를 하던 세월호 항해사가 갑자기 암초를 발견하면서 방향을 꺾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암초가 원인일 것이란 주장에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치모 울산대 교수는 “세월호 앞부분을 보면 외부 요인에 의해 손상된 흔적이 없다. 앞부분이 충격을 받았다면 그 부분부터 침수됐을 텐데 물 밖에 떠 있지 않았느냐”며 암초에 걸렸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박병수 경상대 교수도 “암초는 배의 진행방향상 옆구리 쪽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며 “또한 좌초될 경우 배가 그렇게 급격히 넘어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어선이나 어망, 거대 부유물 같은 장애물이 갑자기 등장했을 수도 있다. 다른 배가 다가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다가 두 배가 인접해서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급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배끼리 충돌할 우려가 있을 땐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는 국제해상출동 예방규칙에도 들어맞는다. 한 배는 오른쪽으로, 다른 배는 왼쪽으로 꺾으면 충돌을 피하지 못하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해 전 세계 모든 선박이 공통적으로 약속해 놓은 규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문은 남는다. 당시는 전날 밤 자욱했던 안개가 상당 부분 걷혀 앞이 잘 보이는 상태였다. 정상적으로 배를 조종했다면 멀리서 배가 다가오는 걸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달리 거센 진도 앞바다 조류가 급선회의 원인이었을 것이란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광수 목포대 교수는 “물살이 세면 똑바로 가기 위해 조타기(자동차의 운전대 같은 것)를 한쪽으로 꺾어야 한다”며 “세월호도 물살에 맞서 조타기를 왼쪽으로 틀어 고정해 놨다가 물살 흐름이 바뀌자 오른쪽으로 확 푸는 과정에서 선체가 급격히 돌아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세월호에 실린 컨테이너와 자동차 등 선박 적재물이 일제히 왼쪽으로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 무게중심을 잃은 배가 뒤집어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명규 경상대 교수는 “선박은 웬만해서는 복원성을 갖지만 한꺼번에 쏠리면 순간적으로 복원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수 경상대 교수도 “선박은 오뚝이처럼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야 하는데 여객선은 객실이 위에 있다 보니 일반 어선이나 화물선보다 상대적으로 위쪽에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화물을 단단히 고정해 놓지 않은 게 화를 더욱 키웠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동차가 급커브를 틀면 트렁크에 놓아 둔 짐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전복될 위험성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월호 조타수 오용석씨도 “컨테이너를 3~4층으로 쌓은 뒤 튼튼한 쇠줄이 아닌 일반 밧줄로 묶어 놓았다”고 말했다. 윤범상 울산대 교수는 “화물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배가 기울어졌고, 결국 갑판 등 노출된 공간으로 물이 차오르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태빌라이저 작동 안 해 침몰 못 막아
하지만 두 번째 급회전 미스터리는 이런 설명만으론 풀리지 않는다. 시속 35㎞로 달리던 세월호는 첫 번째 급회전 이후 시속 6㎞로 속도가 뚝 떨어졌다. 엔진이 거의 고장 난 상태의 속도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한층 더 급격하게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후 1.6㎞를 지그재그로 표류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첫 번째 급선회 과정에서 이미 조종 불능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선장 출신의 선박 전문가인 김 교수는 특히 스크루가 고장 났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급선회 과정에서 스크루가 순간적으로 고장 나면서 배가 왼쪽으로 기운 채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 과정에서 조종실은 스크루를 다시 돌리려 시도했을 텐데, 4분 뒤 잠시 동력이 살아났지만 처음처럼 왼쪽에만 힘이 실리면서 배가 한 차례 더 오른쪽으로 휙 돌게 됐고 이후 완전히 동력을 잃으며 표류하게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영수 교수도 “지그재그로 운항한 것도 한쪽으로 계속 쏠리니까 배를 바로잡기 위해 조타기를 반대로 틀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합수본부도 첫 번째 급선회 직후 세월호가 어떤 형태로든 고장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스태빌라이저도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태빌라이저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기울어진 배의 평형을 잡아주면서 침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 장치가 고장 난 것을 알면서도 운항을 계속했다는 세월호 전직 선원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합수본부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선체 결함설은 세월호가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었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년을 초과한 여객선은 특수관리 대상으로 삼고 훨씬 정밀한 검사를 시행하는데, 세월호는 만 20년이 되기 직전인 지난 2월 일반 검사를 받은 뒤 노후 선박 정밀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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