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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유저가 1차 뉴스 생산 … 정부서 다른 말 하면 불신

중앙선데이 2014.04.20 01:51 371호 10면 지면보기
19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이용욱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수색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던 중 실종자 가족이 사고 해역 현재 상황에 대해 보내온 문자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민간 잠수부가 생존자와 대화에 성공했다”(SNS) VS “생존자가 확인됐다는 보고는 없었다”(해경).

[세월호 침몰] 모바일 괴담·루머, 왜 들불처럼 번지나

 “민간 잠수부 투입을 정부가 막고 있다”(SNS) VS “군과 민간 잠수부들이 교대로 작업 중이다”(해경)….

 세월호 구조를 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는 주장과 정부 발표가 큰 괴리를 보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SNS상의 루머는 왜 생기고 확산되는가. 미디어 전문가들은 달라진 뉴스 유통 환경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소통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스 유통 환경의 변화는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서 비롯한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정낙원 교수는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시민들은 정보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의 지위를 갖게 됐다”며 “프로슈머들이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에 자신의 견해와 해설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루머가 잉태되고, 이 루머가 확산 과정에서 또 한번 증폭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콘텐트가 정부를 통해 나오는 뉴스와 내용이 다르다는 점에서 ‘뉴스의 부정합성(不整合性)’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재난사고에 관한 보도는 정부기관이 정보를 장악하고 국민은 ‘발표하는 대로 알고, 발표하는 만큼 알아’왔다. 정부와 신문·방송이라는 뉴스 제공자와 소비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과거 ‘비대칭’적이었던 관계가 모바일 환경을 만나 ‘부정합’ 상태로 변했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재난본부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브리핑을 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

 주목할 점은 SNS에 도는 내용은 희망적인 소식이, 정부 발표는 암울한 소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듣고 싶은 뉴스’와 ‘들려줘야 하는 뉴스’ 간의 불일치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인지 부조화를 느낀다. 희망 섞인 뉴스에서 상대적으로 인지조화 상태를 이루기 때문에 루머의 확산 정도가 훨씬 빠르다”고 분석했다. 피해자 가족과의 통화 내용이라며 ‘오락실 근처에 생존자가 있다’고 만든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순식간에 ‘좋아요’ 20만 회 이상을 돌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듣고 싶은 뉴스 vs 들려줘야 하는 뉴스
이러한 현상을 ‘루머의 폭포수 현상’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전염병이 어느 단계를 넘으면 폭발적으로 확산하듯 정보유통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권상희 교수는 “보통의 사건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뉴스 보도도 이 순서를 따른다. 그런데 세월호의 경우 구조작업 진행이 더디다 보니 사건 발생이라는 ‘기’ 단계에서 구조 시작이라는 ‘승’, 생존자나 시신 발견이라는 ‘전’ 단계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 사이에는 구조상황을 알고 싶은 정보욕구가 끓어오르고, 이 욕구가 희망을 주는 루머나 미확인 보도와 섞이면서 폭발력을 갖고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작업이 원활히 진행돼 구조소식이 속속 전해지거나, 원활하지 못한 이유를 차분히 설명하는 소통 과정이 있었다면 혼란이 덜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통 부족은 재난본부와 피해자 가족들 간에 구조방식에 대한 의견 충돌로 이어졌다. 사건 발생 초기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몸체에 구멍을 내 공기를 넣으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내부에 있을지 모를 생존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해 생존 시간을 늘리자는 절박함에서 나온 주문이었다. 그러나 구멍을 내면 선체 내부 공기가 급속히 외부로 빠져나오면서 선체는 순식간에 가라앉게 된다. 잠수부 투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3곳밖에 없다. 통로당 2명씩 6명 이상을 투입할 수 없다. 잠수부를 한꺼번에 투입할 경우 이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줄이 서로 꼬여 잠수부들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 경우 구조 작업은 오히려 더 늦어진다. 천안함 사건 때도 같은 이유로 잠수부 투입을 ‘제한된 조건 안에서 최대한’ 투입했다. 정부가 구조작업에 손을 놓고 일을 안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물 속에 가만히 있어도 1초에 수m씩 떠내려갈 정도로 물살이 빠르고, 시계(視界)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작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해상 전문가들은 “수중 작업은 하루 두 번, 물때가 잠잠해지는 시간 외에는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대중의 불신에도 공무원들 꿈쩍하지 않아
비 과학적인 주장도 잇따랐다. SNS에는 세월호에 남아 있는 학생들이 보낸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됐다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17일에는 문자메시지 수신 내용이라며 ‘지금 배 안에 있는데 남자애와 여자애들이 울고 있어요’라는 휴대전화 캡처 장면이 인터넷과 SNS에 유포됐지만 결과적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만 줬다. 통신 전문가들은 “침몰된 선체 내부의 빈 공간에 생존자들이 있어도 휴대전화로 외부와 연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휴대전화는 기지국까지 전파(電波)가 도달해야 통신이 이뤄진다. 그런데 전파는 공기나 진공 상태에선 잘 전달되지만 물속에서는 100% 흡수된다. 물 속에서 휴대전화로 기지국으로 신호를 보내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전파는 또 금속성 물질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 엘리베이터에서 통화가 가능한 것은 별도의 중계기를 달았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에어포켓에 살아남은 생존자가 금속성 선체와 바닷물에 가로막힌 상황에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부와 교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 수준의 차이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데 정부 관계자 가운데 누구도 나서 ‘소통 메신저’ 역할을 하지 않았다. 루머는 결국 불통이라는 환경에서 태어나 SNS를 타고 활동했던 셈이다.

 세월호 침몰은 재난 시 정보 공유 체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웹3.0시대에 걸맞게 정부가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갖추고 피해자 가족, 국민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용찬 교수는 “이번 사고는 정부의 설명 부족이 억측을 낳고 억측이 다시 정부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악순환 고리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프라이버시와 안전에 관한 문제 외에는 모든 정보에 대해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국민들은 전통 미디어와 SNS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옥석을 구별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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