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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에 목숨 끊은 교감의 부인 “미안해, 미안해” 오열

중앙선데이 2014.04.20 01:56 371호 11면 지면보기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연화장에서 수원시 관계자들이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날 희생자 고(故) 최혜정 교사가 이곳에서 화장됐다. [뉴시스]
희생자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이들은 하나둘 쓰러져간다. 세월호 침몰 사고 나흘째, 희생자들의 발인이 시작되며 가족들의 분위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연화장에서 안산 단원고 고(故) 최혜정 교사가 화장됐다. 교사라지만 겨우 스물다섯. 대학 재학 중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했고, 동국대 사범대를 수석 졸업한 재원이었다. 지난해 3월 단원고 영어 교사로 부임했다. 2학년 9반 담임이었던 그는 아이들을 대피시키다 배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같은 날 오전 인천 길병원에선 고 김기웅(28)씨의 영결식이 있었다. 대학생 김씨는 불꽃놀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배를 탔다. 그에겐 올가을 결혼을 약속한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있었다. 역시 숨진 채 발견된 청해진해운 승무원 정현선씨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났고 4년을 사귀었다. 어머니 김광숙(59)씨는 “영혼 결혼식이라도 올려주고 싶다”며 울었다.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강민규 교감의 장례식장에서도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유서를 남긴 그다. 강 교감의 부인 이모씨는 영안실에서 “미안하다”며 울부짖었다.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미안해, 미안해….”

 살아남은 이들은 마음의 병이 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입원한 단원고 학생 73명의 심리 상태를 평가했더니 16명은 우울감이, 28명은 불안감이 심했다”고 밝혔다. 우울감이 심한 학생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나흘째 애를 태우고 있는 희생자 가족 중에서도 쓰러지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고대 안산병원엔 실종자 학생의 어머니 한 명이 정신과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생존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 실종자 가족 등의 내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심리치료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와중에 실종자 가족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파렴치범들도 나왔다. 학부모 대책위원회는 19일 “1억원을 주면 자녀를 배에서 꺼내주겠다는 브로커가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민간 잠수업체 관계자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몇몇 학부모에게 접근해 “아이를 꺼내줄 테니 1억원을 달라”고 했다는 것. 대책위 관계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가족들의 심정을 이용한 악질 브로커에게 현혹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초조하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국민을 노린 스미싱 사기도 활개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세월호 사고를 사칭한 스미싱 4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문자는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 등의 제목으로, 클릭하면 해킹용 악성앱이 다운로드된다.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의 URL을 클릭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문자는 즉시 삭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했다.

 한편 세월호 실종자 구조와 유족 지원을 위한 유명인 기부 행렬이 시작됐다. 메이저리거 류현진(27·LA다저스)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배우 송승헌(38)은 구세군을 통해 “구조 활동과 유족 지원에 써달라”며 1억원을 기탁했다. 개그맨 심현석이 감독으로 있는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도 1000만원을 모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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