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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해외직구 통관 간소화의 함정

중앙선데이 2014.04.20 03:40 371호 31면 지면보기
관세청은 최근 오는 6월부터 식품·의약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개인 사용 용도의 100달러(미국발의 경우 200달러) 이하 소비재를 목록통관 대상으로 해 통관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목록통관은 신고절차 및 제출서류가 간단해 특송업체 신고만으로 통관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통관(일반수입신고)은 신고 절차가 복잡해 관세사를 통해 국내에 반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목록통관 가능 품목은 의류·신발·화장지·CD 등 6개 품목뿐이다.

계획대로라면 현행 3일인 해외직접구매 물품의 통관 시간은 반나절로 크게 단축되고, 목록통관 건수도 300만 건 이상으로 늘어난다. 관세청은 통관절차 간소화가 143억원가량의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간편해진 통관 절차를 악용해 마약이나 무기류 같은 불법적인 수입물이 우리 국경을 넘나드는 건 아닌가 해서다.

실제 전자상거래 물량이 늘면서 불법 마약류 적발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2011년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류는 620억원어치였지만 지난해엔 적발 금액이 930억원에 달했다.

관세청은 “통관관리가 어려운 해외직구 물품 등 특송화물에 대해서는 특송물류센터(신설)로 반입시키는 등 세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취약성은 여전히 남는다.

우선 현재처럼 일반통관 방식을 취할 땐 국제우편(EMS)을 통하지 않은 다른 물품은 주민번호(또는 개인통관고유부호)와 이름 등을 정확히 기재해야 통관이 된다. 하지만 목록통관이 전면 허용되면 가·차명으로도 통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마약류 등의 사후 적발은 더 어려워진다.

또 직구 수입품이 모이는 특송물류센터를 신설한다고 해서 반드시 마약류 수입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도 EMS 화물은 인천공항 내 국제우편물류센터로 집중되고 있지만 EMS를 통한 마약 수입 시도가 가장 많다.

‘외국 간 배송되는 특송물품을 국내에 반입한 뒤 운송비가 저렴한 EMS로 환적해 외국에 배송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로 미국-중국 간 전자상거래에 많이 적용될 환적 물량이지만 중국은 최근 항저우시 등 3개 도시를 시범도시로 선정하고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을 원활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관세청의 다양한 노력엔 박수를 줘야 한다. 립스틱과 와인 같은 수입 공산품의 수입가 대비 국내 판매가를 공개해 국민의 호응을 받은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목적이 좋더라도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꼼꼼히 챙겨야 할 의무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다. ‘해외직구 활성화’란 경제적 목적 못지않게 마약이나 총검 같은 위험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켜내는 사회적 목적도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세청도 “국민을 위한 좋은 규제는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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