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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된 교감 죄책감 자살 … "침몰지역에 뿌려달라"

중앙일보 2014.04.19 01:20 종합 4면 지면보기
18일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 최혜정 교사의 빈소에서 동료들이 조문하고 있다. 지난해 동국대 역사교육학과를 수석 졸업한 고 최혜정 교사는 4학년 재학 중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단원고에는 지난해 3월 발령받아 2학년 9반 담임으로 재직 중이었다. [김성룡 기자]
지난 16일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는 안산 단원고 강민규(52) 교감 외에 교사 13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 중 강 교감과 김모·이모 교사 등 3명은 현장에서 구조됐고 3명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8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도 제자들과 승객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강 교감이 18일 오후 4시5분 진도체육관 뒷산의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강 교감은 편지지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서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가족과 학교, 학생, 교육청, 학부모 모두에게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달라”고 적었다. 마지막엔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썼다.

강 교감은 이번 수학여행의 책임자였다. 13명의 교사와 함께 2학년 학생 325명의 지도 감독자로 탑승했다. 그는 여객선 침몰 당시 “빨리 나와라” “이쪽 나와라”라고 소리치는 등 학생 구조활동에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평소 지병인 저혈압이 순간적으로 발병하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에게 구조돼 헬기를 타고 있었다고 주변에 얘기했다. 구조된 뒤 “학생들에게 가야 한다”며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강 교감은 “제자를 버려두고 혼자만 살아 나온 죄인이 돼 괴롭다”고 말하곤 했다고 학교 측 관계자들이 전했다. 특히 17일 밤 11시쯤 진도체육관에서 김진명 교장과 교사들이 체육관 단상에 올라 부모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교감인 자신을 찾는 광경을 직접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또 17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침몰 사고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김 교장은 “강 교감은 평소 말이 없으면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하는 헌신적 성격이었다”며 “‘혼자 살아나온 죄인’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걱정 마라’고 다독이곤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자들을 구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5반 담임 이해봉(33) 교사는 침몰 당시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여 명을 구출해냈다. 이어 다시 배로 들어가 학생들을 구해 내려다 자신은 변을 당했다. 이 교사는 여수 출신으로 올 초 이 학교로 전입해 왔다. 가족들은 “중학교 때부터 늘 역사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며 “아이들을 먼저 챙기고 떠났으니 하늘나라로 갔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6반 담임 남윤철(35) 교사는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있던 학생들을 구출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선실 비상구 근처에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끝까지 대피를 도왔다. 특히 대부도의 한 학교에 자원해 지정된 오지근무 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섬마을 선생님으로 근무했다. 한 대학 후배는 “학창시절 후배들을 잘 챙기고 항상 웃던 선배였다”고 기억했다. 남 교사의 제자인 박호진(18)군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른 듯 6살 권지연양의 목숨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반 박소희양은 “선생님들이 ‘너희들 먼저 나가라’며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고 등을 떠밀어줬다”며 “탈출을 도와주고도 못 빠져나온 분이 많아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 가족들은 드러내놓고 슬픔을 표현하지도 못한 채 벙어리처럼 가슴만 앓고 있다. 아이들의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처음에 교사 13명 모두가 살아 나왔다’는 방송보도가 나가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 교사의 누나는 “동생이 교사라는 말을 하면 구타를 당할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실종된 교사의 가족들은 “희망이 점차 사라는 것 같아 점차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혹시나 살아 있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한편 남 교사와 함께 숨진 3반 담임 김초원 교사는 사고 당일인 16일이 생일이라 학생들이 깜짝 파티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진도=권철암·채승기, 안산=이상화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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