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담배 안 피우는데 … 여성 폐암 4명 중 1명 간접흡연 탓

중앙일보 2014.04.15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여성 비흡연자에게 폐암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병이다. 3일 국립암센터에서 만난 정태진(59)씨는 “아직도 내가 (담배를) 안 피웠다고 하면 남들이 안 믿는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변선구 기자]
3일 낮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 527호 병실. 간간이 환자의 기침 소리가 침묵을 깬다. 입원 중인 환자 네 명은 모두 여성 폐암 환자다. 두 사람은 간병인 없이 스스로를 챙긴다. 이들은 모두 평생 담배를 손에 댄 적이 없다. 정태진(59·폐암 4기)씨는 2005년 폐암 진단을 받고 남편을 떠올렸다. 남편은 30년 가까이 하루 담배를 두 갑씩 피웠다. 정씨는 “병원에 다니다 보면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린 여자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여성 암 3중고 <중> 늘어나는 폐암
여성 환자 12년 새 20% 증가
담배 발암물질에 2~3배 더 취약
"젊은 여성 위한 금연정책 필요"

 폐암은 남성 암의 대명사다. 그런 폐암에 걸리는 여성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여성인구 10만 명당 폐암 환자는 1999년 12.9명에서 2011년 15.5명으로 약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51.9명에서 46.7명으로 줄었다. 남성은 6년째 주는데, 여성은 4년째 늘고 있다.



 여성은 담배를 훨씬 덜 피우는데도 왜 그럴까. 한지연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은 “폐암은 담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 폐암 환자의 80%는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폐암은 네 종류가 있는데 비흡연 여성들이 주로 많이 걸리는 유형이 선암(腺癌)이다. 여성 폐암의 58%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6.6% 증가했다. 남성(4%)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폐암 유형은 편평상피세포암이다. 남성이 많이 걸린다.



 선암도 흡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약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간접흡연을 지목한다. 한지연 센터장은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4명 중 1명은 간접흡연에 노출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는 아버지, 혼인 후에는 남편의 흡연이 문제다.





지난해 10월 폐암 진단을 받은 이용자(55)씨는 “남편이 30년 가까이 집에서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웠다”며 “언제부턴가 가슴속 깊이 연기가 들어오는 것 같아 역겨웠다”고 말했다. 조리할 때 생기는 연기도 선암의 요인이 된다. 서울대병원 김영환(호흡기내과) 교수는 “한·중·일 3개국에서 여성 비흡연자 폐암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요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가스도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여성 흡연자가 늘어나는 탓도 있다. 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만 19세 이상 여성 흡연율은 98년 6.5%에서 2012년 7.9%로 증가했다. 하지만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소변에서 코티닌(니코틴이 체내에서 변한 물질)을 근거로 파악한 흡연율(2012년)은 14.5%에 달했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은 “여성이 담배로 인한 발암물질에 훨씬 더 취약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폐암 위험이 2~3배 높다”고 말했다. 여성 흡연율이 지금처럼 조금씩 늘어도 폐암 발생 곡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어려서 담배에 노출되면 폐암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금연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백효채(흉부외과) 교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은 ‘폐암=남자 암’이라고 생각해 기침을 하거나 약간의 증상이 있어도 무시했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며 “여성들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국립암센터·중앙일보 공동기획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