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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스펙이 무기 … 광역후보 62명 중 22명 관료 출신

중앙일보 2014.04.15 00:38 종합 14면 지면보기
6·4 지방선거에 관료 파워가 거세다. 여야 광역단체장 예비후보자 62명 중 22명이 관료 출신이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전직 장·차관 8명 출사표
"진취·개혁성 부족" 지적도

 이명박 정부의 총리(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노무현 정부의 경제·교육 부총리(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에 이어 전직 장관만 6명이다. 새누리당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인천)·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충북), 새정치민주연합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전북)·강운태 광주시장(전 농림수산부 장관)·이용섭 의원(전 건교부 장관·광주),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등이다.





 차관 출신은 2명이다. 이춘희 전 건교부 차관은 새정치민주연합 세종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20일 새누리당 강원지사 경선을 치른다. 관료 출신 후보자들만 모아도 ‘미니 내각’ 구성이 가능하다.



 곳곳에서 전직 각료들 간의 경쟁도 뜨겁다. 충북지사를 놓고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관선 충주시장을 지낸 이시종 지사(새정치연합)와 재무부 출신으로 재경부 차관과 산자부 장관을 역임한 윤진식 후보(새누리당)가 맞붙는다.



 새정치연합 최문순 강원지사와 맞붙을 새누리당의 예비후보 3명은 모두 관료 출신이다. 정 전 차관 외에 최흥집 예비후보는 7급 공무원에서 출발해 강원도 총무과장을 거쳐 강원도 정무부지사까지 오른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이광준 예비후보도 행자부와 강원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관료는 1995년 이래 지방선거의 주축이었다. 관료에서 출발해 광역단체장을 거쳐 대권에 근접한 경우도 있다. 1997년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거쳐 다음 해 김대중 정부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고건 전 총리는 한때 여론조사 1위의 대권 주자 지위를 누렸다.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지낸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충남지사를 3번 연임하면서 나중에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제주도는 총무처 차관 출신의 우근민 현 지사와 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신구범 전 지사 간 관료 대결이 매번 반복돼 왔다. 95년 1회 선거에선 신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우근민 지사를 꺾었는데 98년엔 다시 국민회의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 후보를 우 지사가 눌렀다. 이런 대결이 17년째 이어졌다.



 관료끼리의 대결에는 종종 ‘정치적 하극상’도 일어난다.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선 부산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허남식 후보가 정당 지지를 기반으로 민주당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을 눌렀다. 2006년 경북지사를 놓고 맞붙은 용산세무서장 출신의 김관용 후보(새누리당)는 박명재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차관급·당시 열린우리당)을 이겼다.



 관료들이 지방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행정 일꾼’으로 받아들이는 유권자들의 인식 때문이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권자들로선 이미 행정을 다뤘던 만큼 행정의 전문성이나 안정성에서 일단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료 파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직자 출신은 현상유지 관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진취적·개혁적인 정책을 도입해 변화를 이끄는 데 비관료 출신들에 비해 소극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역 시·군·구에서 일했던 지방 공무원들이 단체장 선거에 뛰어들 경우 선거 중립이 지켜지지 않아 줄세우기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향판(鄕判)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지방 공무원들이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과 커넥션을 맺어 토착세력화하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채병건·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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