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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보고도 모르는 것을 폭로식혀라!

중앙일보 2014.04.15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더위에 지쳐 길거리 카페에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 죽 늘어선 테이블, 그리고 진열장·카운터·종업원, 그 뒤의 메뉴판이 보입니다. 카운터로 가서 주문할 때 금액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비싸다 혹은 싸다와 같은 평가를 내립니다.



 그런데 그 평가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들어올 때 느꼈던 그 카페의 ‘분위기’를 통해 카운터까지 걸어가면서 얼마의 금액이 적당할 것인가 가늠합니다. 여기서 ‘분위기’는 ‘만져지지는’ 않으나, ‘느껴지는’ 것입니다.



 만져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감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의 합들과 종합적 인지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4년을 대상으로 빅 데이터 분석을 해보았더니, 카페와 함께 분위기를 언급한 문서 수가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이제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의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중시하고 그것을 기꺼이 구매하는 것입니다.



 카페에 들어서며 느끼는 분위기는 공기의 차가운 정도와 커피향의 농도, 테이블의 모양과 개수, 테이블 사이의 간격, 진열장의 크기와 조명, 카운터의 높이와 종업원의 옷차림, 메뉴판의 색상과 글자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합으로 구체화됩니다.



 이러한 감각의 종합적인 인식은 인간의 감각기관에서 출발하여 수많은 정보를 뇌에 전달합니다. 그야말로 쏟아진 빅 데이터는 우리가 ‘느낀’ 분위기를 전달하고, 수퍼컴퓨터인 우리의 뇌는 지난 세월에서 얻은 직·간접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복잡한 계산을 통해 메뉴판의 금액이 적당한지 아닌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해냅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각자 주관적이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모둠인 사회에서는 인식의 공유와 교류가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름의 객관적인 주관이 형성됩니다. 이를 우리는 상식(common sens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한 상식 수준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위해 우리는 ‘감’을 가진 전문가들을 필요로 합니다. 다시 말해 전문성이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감’을 완성하고 발견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전문가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경성고등공업학교 졸업사진첩에 수록된 천재 시인 이상의 자필 문구가 떠오릅니다.



 “보고도 모르는 것을 曝露(폭로)식혀라! 그것은 發明(발명)보다도 發見(발견)! 거긔에도 努力(노력)은 必要(필요)하다” ―李箱(이상)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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