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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커피 나오셨습니다"

중앙일보 2014.04.15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엉뚱한 존댓말을 사용하는 현실을 풍자한 “커피 나오셨습니다” 동영상이 인기다. ‘사물존대논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동영상은 한글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것으로 잘못된 높임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논리를 나름대로 들이대고 있다.



 동영상은 인류의 발명품인 자동차·세탁기·커피 등을 보여주면서 “인류의 손으로 만든 빛나는 산물들, 그들은 어쩌면 한 개인의 일생보다도 위대합니다. 그 사물들에 우리는 존경의 마음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매장에서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쪽이 라테이십니다.” “엔진은 터보이시고요. 타이어는 광폭이십니다. 새 모델이시거든요.” 등처럼 판매직원들이 잘못된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 준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그 모든 위대한 물건들, 그들은 사람보다도 고귀한 존재들입니다”는 멘트 뒤 매장 점원이 “아, 커피가 제 시급보다 비싸거든요”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폭소가 절로 나온다. 영상은 “그들에게 진심을 담아 존대합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이 동영상을 만든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존댓말을 똑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탈이 난다고 지적한다. 존댓말은 단순히 언어 내부의 어문 규정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말 사용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물에 ‘시’를 마구 붙이는 이러한 말투는 물건이나 돈을 존대하는 꼴이니 정작 손님은 존대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물신(物神)주의가 넘치는 시대에 사물을 존대하는 표현이 만연하는 것은 우연이겠지만 꺼림칙하다. 손님 가운데는 ‘시’를 붙여 가며 말하지 않으면 건방지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 주인은 무조건 ‘시’를 붙이라고 점원들에게 가르친다고 한다.



 동영상의 풍자처럼 사물에 ‘시’를 붙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높이는 기이한 표현이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커피 나왔습니다”가 바른말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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