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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동기 인연 강조 … 문재인에게 손 내민 박원순

중앙일보 2014.04.14 00:15 종합 18면 지면보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재인 의원과 함께 서울 남산 한양도성길을 걸었다. 이날 산행에 앞서 박 시장은 1982년 사법연수원 수료식 당시 문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오른쪽). 문 의원과 박 시장은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뉴시스]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이 일단락된 뒤 문재인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동반 산행(12일)을 첫 번째 일정으로 잡았다. 박 시장이 문 의원 쪽에 먼저 요청해 이뤄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의 행보다. 대선 패배 이후 1년 이상 칩거하다시피한 문 의원이지만 6·4 지방선거가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수료식 사진 공개 뒤 함께 산행
"문 의원 팬들 지지땐 따놓은 당상"
시장 선거 문.안 양날개 포석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2기(1980년 입소) 동기생이다. 나이는 문 의원(61)이 박 시장(58)보다 많다. 3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해 오긴 했지만 두 사람이 공개 행사에 함께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의원은 “상대 진영에선 정몽준·김황식 후보가 활발히 언론 조명을 받는데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박 시장만 상대적으로 가려져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문 의원이 함께 해 주시니 너무 든든한 느낌이다. 그 팬들이 다 저를 지지해 주신다고 생각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화답했다.



 문 의원과 박 시장은 대학 시절부터 사법시험 합격까지 비슷한 스토리를 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1975년 유신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가 대학(문 의원 경희대, 박 시장 서울대)에서 제적됐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시위경력자에게도 사법시험 3차(면접)에 합격할 수 있도록 ‘시혜’를 줬다. 81년 정권 출범 후부터는 다시 시위경력자들을 배제했다. 두 사람은 전두환 정권에서 딱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문 의원은 당시 청량리 경찰서 유치장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박 시장은 강원도 정선에서 등기소장을 하다 합격 사실을 알았다.



 힘겹게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운동권 출신 두 사람은 ‘코드’가 맞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사법연수원 동기인 고 조영래 변호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조 변호사는 198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전신인 ‘정법회’ 창립을 주도한 대표적 인권변호사다. 사시엔 일찍 합격했으나 수배 생활이 길어 두 사람과 함께 연수원을 졸업했다. 박 시장은 연수원 시절 인연으로 조 변호사와 함께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인 권인숙씨 변호를 맡기도 했다. 문 의원도 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 등 시국 사건, 노동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부산 지역 재야법조계의 중심에 섰다.



 박 시장은 문 의원과 산행을 함께하던 12일 트위터에 1982년 연수원 수료식 때 문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까진 안철수 대표가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직을 박 시장에게 양보한 것 때문에 두 사람의 인연이 부각돼 왔으나 거슬러 올라가면 문 의원과 박 시장의 친분이 더 오래됐음을 보여준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와는 지난달 23일 교보문고에서 책을 서로 교환했기 때문에 이번엔 문 의원과 산행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철수-문재인 양 날개의 도움으로 시장선거를 치르겠다는 생각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안 대표와는 단순히 책을 교환한 것에 비해 문 의원과는 산행을 포함해 오찬까지 3시간 이상 걸렸다. 최근 박 시장의 지방선거 캠프 대변인으로는 문 의원과 가까운 진성준 의원이 내정됐다.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철회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 역학 구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향후 3자(문재인-안철수-박원순)가 경쟁을 하게 될 경우 ‘문-박 연대’의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산행에서 문 의원은 “박 시장이 복지는 엄청 늘리고, 부채는 크게 줄인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행정은 살림꾼 역할”이라며 ‘행정가’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했다.



 기자들이 “향후 대권을 두고 둘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문 의원은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10년 하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 시장도 “서울시장은 세 번 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두 번 더 할 수 있고, 한 번 더 쉬었다가 또 할 수도 있다”며 ‘욕심’이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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