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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야생마처럼 오선지 위 종횡무진 스펙 사회에 어퍼컷

중앙선데이 2014.04.12 15:23 370호 6면 지면보기
또 하나의 대형 오디션 스타가 등장했다. 지난해 ‘K팝 스타’에 출연해 우승을 거머쥔 ‘악동 뮤지션’ 이야기다. 티저가 공개될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던 이 유망주는 6일 정식 데뷔와 함께 보란 듯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음원 차트 정상을 꿰찬 타이틀곡 ‘200%’ 뿐만 아니라 ‘얼음들’ ‘지하철에서’ ‘give love’ 등의 수록곡이 상위권을 점령하며 요즘 같은 싱글 시대에 접하기 힘든 낯선 풍경을 연출하는 중이다. 더군다나 이선희·이승환·박효신 같은 중견 가수들의 컴백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음악 스타일은 다르지만 상황만 놓고 본다면 ‘제 2의 버스커버스커’라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데뷔하자마자 음원 차트 정상 ‘악동 뮤지션’

이 열풍의 중심에는 올해로 19살과 16살이 된 이찬혁과 이수현 남매가 있다.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첫 방송에서 기발한 가사가 돋보인 ‘다리 꼬지 마’를 선보이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다릴 꼬았지 배배 꼬였지 / 발가락부터 시작된 성장판 닫히는 이 기분’처럼 허세를 재치 있게 표현한 노랫말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한낱 첫 무대를 마친 아마추어였지만 대중들은 새로운 뮤지션의 출현을 감지했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이들의 이력은 특이하다. 정규 교육 대신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하던 이민 자녀다. 2008년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몽골에 정착한 뒤 학교에 들어갔지만 적응이 힘들었던 데다 환율 상승 문제까지 겹쳤다. 첫 2년간은 학교에서 쓰던 시간표를 사용해 저녁 8시까지 공부를 했지만 부모의 통제가 이들을 갑갑하게 만들었다. 결국 기존의 방식 대신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어’ 학습하는 방법을 택했다. 남매가 각각 기타와 노래에 흥미를 발견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구속에서 벗어나니 한번 발견한 재능은 끝 모른 듯 펼쳐졌다. 이론적 지식이 없어도 느낌 가는 대로 치고 부르니 한 곡이 뚝딱이었다. 오빠가 만들어 들려주면 여동생이 기억했고, 놀듯이 부르다 보니 손과 입에 익었다. 그렇게 이들은 경쟁의 치열함 대신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먼저 체득했다. 남들이 ‘실력 자랑하기’에 혈안일 때 이들은 처음부터 ‘보고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대중음악의 기본명제에 근접하고 있었다. 남다른 시작이 남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의 10대들은 이런 취미나 관심사를 발견할 새도 없이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몰린다.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주체성을 잃은 채 집단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자화상이다. 그 팍팍한 현실의 한복판에서 획득한 가요계의 발견은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을 조금이나마 던져주고 있다.

외모는 평범하고, 연주도 그리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대중은 이들의 음악에 환호하고 있다. 이 사실은 세상에 통용되는 것만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비록 남들은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발견해 낸 장점들이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억압 없는 텃밭에서 건강한 자아를 길러 왔다는 점, 그것이야말로 이들이 ‘어쿠스틱’이나 ‘포크’와 같은 기존의 개념 대신 ‘악동 뮤지션’이라는 브랜드로 각인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 이름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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