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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춤의 영적인 느낌, 내 안무 스타일과 맞닿아”

중앙선데이 2014.04.12 15:30 370호 13면 지면보기
테로 사리넨은 이미 수차례 내한공연으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2011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프랑스 현대무용계 대모 카롤린 칼송의 ‘블루 레이디’에서 남성의 신체로 여성 솔로를 연기한 충격적 무대로 칼송에게 ‘몇백 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 무용수’라 극찬을 받았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유럽을 기반으로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등 세계적 무용단과 작업하는 한편, 일본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부토’를 연구해 동양에까지 활동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회오리’ 공연 협업,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

‘친환경 국가’로 불리는 핀란드의 숲과 바다, 바람과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을 벗하며 자란 감수성으로 충만한 테로의 춤은 ‘오가닉 스타일’이라 불릴 만큼 자연을 연상케 한다. 국립무용단 윤성주 예술감독은 그의 기용 배경에 대해 “최근 무용계에서 가장 핫한 안무가이자 자연과 태고로부터 영감을 얻고 땅을 지향하는 춤 철학이 우리 춤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설명한다.

테로도 “국립무용단 창단 이래 첫 시도를 함께 하게 돼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한국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디테일이 살아 있고 정교하면서도 내면의 강렬함이 느껴지는 게 강점이다. 영적인 느낌을 주는 한국 춤은 고대의 몸짓으로 현대적 생각을 표현하는 내 안무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한국과 핀란드의 전통, 문화, 아이디어가 섞여 회오리 같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전 작업들과 어떤 차별점을 두고 있나.
“우선 워크숍으로 시작해 내 스타일을 가르쳐주면서 이들이 어떻게 응용하는지 살펴 나갔다. 한국과 핀란드를 뒤섞는 작업인데, 지금껏 내가 쌓아온 것과 한국의 오래된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 흥미롭다. 두 가지 다른 문화가 만나 회오리 같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경도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책임감 있게 서로가 가진 걸 보여주면서 상대방이 배울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연습하면서 나도 늘 무용수들에게 배운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부토를 연구했다던데 한국과 일본의 춤을 비교하면 어떤가.
“일본 춤도 일부분만 알기에 내가 비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춤에 공통적으로 깃들어 있고 내가 배우고 싶은 건 동작의 아름다움과 세세한 움직임이 살아 있고, 그래서 장면이 굉장히 아름답게 나온다는 점이다.”

-부토 공연은 유럽에서 표를 못 구할 정도로 인기라던데 왜 그럴까.
“아시아 춤에 관한 전형적인 느낌을 깨주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 춤에 대한 고정관념 있잖나. 내가 90년대에 부토를 접하면서 재미있었던 건 그런 규칙을 다 위반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전에 만들어진 형태는 전혀 없으면서 뭘 느껴도 다 표현할 수 있을 듯한 무의식의 움직임 같은 것이 느껴졌다. 부토 수업을 받는 것이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고, 내 안의 근본적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국립무용단이 시도하고 있는 전통의 현대화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깊은 전통을 갖고 있는 국립무용단이 다른 스타일을 향해 문을 연 시도 자체가 고무적이다. 무엇이 필요하다기보단 여러 가지 다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며 경험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전통을 소재 삼아 내 방식을 한국무용수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다. 내가 먹여준 스타일을 무용단이 흡수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과정이 흥미롭다. 첫날부터 무용수들과 정신적 악수랄까 교감을 이어가고 있는데 느낌이 좋다. 그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이미 연습실 안에서 다 이뤄졌다. 서로 교감하고 알아가고 찾아가는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운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공연도 잘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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