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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무인기 못 믿겠다는 야당 의원

중앙선데이 2014.04.12 23:39 370호 2면 지면보기
파주와 백령도 등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무인기에 아래아 한글 서체가 쓰인 점과 일련번호에 북한식 연호가 없는 점 등을 들며 “이것은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국방부가 “북한 무인기가 확실하다”고 발표한 내용을 정면 부인한 것이다. 그럼 아래아 한글 서체가 쓰였으므로 북한제가 아니라면 일제 카메라를 달았으니 일본에서 날려보냈다는 말인가. 또 체코 엔진을 썼으니 체코에서 날아왔다는 것인가.

 정 의원 외에도 야권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의구심을 제기하며 가짜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고공 비행하던 무인기가 추락했는데 동체가 너무 멀쩡하다, 누가 야산에 살짝 갖다놓은 것이다 하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을 한결같이 ‘합리적 의심’으로 포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장색이 북한 무인기와 거의 똑같고 우리 군부대를 집중 촬영한 점 등 북한 소행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설명도 했다. 어쨌든 정부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과학조사 전담팀을 편성해 추가 분석을 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게 불필요한 국론 분열을 막는 올바른 자세다.

 그럴싸한 음모론을 제기해 여론을 들쑤시고 정부를 공격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4년 전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켰을 때 야권이 그랬다. 북한의 도발이라는 정부 발표를 부인한 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며 물고 늘어지지 않았나. 유족과 동료의 아픔은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한국 정보부에 의해 조작됐다는 진보 진영의 음모론 역시 그런 부류 아닌가. 우리 사회는 그 같은 무책임한 작태에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았고, 너무나 많은 비용을 치렀다. 이번엔 무인기로 또다시 그 전철을 밟을 작정인가.

 물론 정 의원의 주장이 야당의 당론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민감한 국가안보 사안을 다루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새 정치를 표방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원의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발언의 근거를 검증해 그의 주장이 맞다면 당론으로서 공식 문제제기를 하든지, 아니라면 정 의원에게 자숙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다.

 결국 정치인들이 음모론을 내지르는 것은 그게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득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그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확실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 건 유권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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