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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온순한 관료 내세워 안정 노리지만 5년 내 위기”

중앙선데이 2014.04.12 23:55 370호 5면 지면보기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 주석단 모습. 가운데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재추대된 김정은이 앉고, 그 좌우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이 앉아있다. 두 사람은 2013년 회의에서도 같은 자리에 앉았었다. [노동신문=뉴스1]
“전반적인 변화가 적고, 온순한 관료형 인사들이 중용된 점을 볼 때 당분간 김정은 1인 체제가 이어질 거다. 하지만 군 일각의 불만세력이 ‘(쿠데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도 있어 5년 안에 북한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북한 인민회의 개편] 탈북 고위 외교관 홍순경의 진단은 …

2만6000명이 넘는 국내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 중 한 명인 홍순경(76·사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은 지난 9일 북한의 제13기 최고인민회의 개편 결과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를 나온 뒤 24년간 무역성·외무성 관리를 지내다 2000년 탈북했다.

홍 위원은 12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외교관 출신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유임되고 주스위스 대사 출신으로 김정일 비자금을 관리해온 이수용이 내각 외무상에 발탁된 건 권력자에게 털끝만큼도 도전할 의사가 없고 일처리가 꼼꼼한 인물을 선호하는 김정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수용은 대사 시절 북한에 돈을 보낼 때면 은행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현금 가방을 들고 평양으로 날아갔다”며 “30년간 단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업무방식이 승진 배경일 것”이라 분석했다.

고령으로 해임설이 나돌았지만 건재를 과시한 김영남에 대해서도 “외무성 내에서 ‘색시’란 별명을 얻었을 만큼 온순하고 꼼꼼한 성격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고난의 행군 당시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특사를 보내 1000만 달러를 전달했다. 감격한 김정일이 ‘특사를 환대하라’고 명령하자 김영남은 외무성 의전국장에게 수십 번 전화를 걸어 연회 상차림을 어떻게 꾸리라는 것까지 시시콜콜 지시를 내렸다. 이러니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맘에 들어한다.”

역시 해임설을 일축하고 자리를 지킨 박봉주 총리에 대해선 “북한 주민들에게 박봉주는 ‘중국식 경제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경제회복을 바라는 민심을 의식해 김정은이 그를 유임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교관 업무 30%가 외화벌이
홍 위원은 최근 펴낸 자서전 『만사일생(萬死一生)』(바른기록)에서 북한의 외교 실태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은 해외 현지에서 업무의 약 30%를 외화벌이에 할애하는 ‘일꾼’이다. 이들에겐 약간의 월급 외엔 업무·체류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뉴욕 주재 유엔 대표부와 김씨 왕조 비자금을 관리하는 주스위스 대사관만 예외다.

북한 대사의 월급은 380달러, 직원들은 100~200달러 선이다. 이 돈으로 업무비와 생활비·자녀 학비는 물론 북한의 상관들과 친지에게 줄 선물 구입까지 해결해야 한다. 북한 외교관들이 면책특권과 외교행낭을 이용해 결사적으로 외화벌이에 매달리는 이유다.

홍 위원에 따르면 아프리카 주재 북한 대사관들은 상아와 서각(코뿔소 뿔)을 밀렵꾼에게서 사들여서 교묘하게 포장해 세관을 속인 뒤 중국으로 보낸다. 거기서 대기 중인 밀수업자들이 사들여 중국 소비자들에 수만 달러씩 받고 파는 구조다. 국제사회가 중대 범죄로 엄벌하는 상아·서각 밀수를 밀렵꾼·중국 브로커와 손잡고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위원이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파키스탄에선 술·맥주 밀매가 북한 외교관의 핵심 사업이다. 파키스탄 정부에 “생수를 수입하겠다”고 신고해 승인을 받은 뒤 서류에 기재된 ‘Water(물)’에 ‘L’자를 타자기로 삽입, 위스키 이름인 ‘Walter’로 둔갑시킨다. 이를 근거로 대형 트럭 분량의 위스키를 대사관에 반입한 뒤 암시장에서 4~5배 가격으로 되팔았다. 파키스탄이 주류 거래를 엄금하는 이슬람 국가임을 악용한 국가범죄다. 홍 위원은 “엄청난 양의 술을 실은 대사관행 트럭이 세관을 빠져나가다 적발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 뒤에도 술 암거래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고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외에 북한 외교관들에게 중요한 건 김정일의 몸보신을 위한 ‘진상품’ 마련이었다고 홍 위원은 전했다.

“주재국마다 최고급 식약품을 김정일에게 바쳐야 했다. 파키스탄에선 국제보호동물로 지정된 바다거북 알이 표적이 됐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바다거북 산란지인 카라치 해변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야음을 틈타 거북 알을 수백 개씩 훔쳐 김정일에게 보냈다.”

개혁·개방 않는 한 북 외교관 범죄 지속
그뿐만이 아니다. 3㎏짜리 파키스탄산 수퍼 개구리 100마리를 7000달러에 구입해 산 채로 보냈고, 낙타를 산 뒤 발만 잘라 바치기도 했다. 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은 무가당 맥주를 대량 구입해 본국으로 보냈다. 김정일이 당뇨 환자임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런 진상품들은 북한이 중국 외에 유일하게 항공협정을 맺고 매주 1회 항공기를 보내는 태국과, 한 달에 한 번가량 특별기를 보내는 독일을 통해 평양에 들어갔다.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금괴나 암달러를 배달하고 대가를 챙기는 것도 북한 외교관들의 돈벌이 수단이다. 홍 위원도 태국 근무 시절 방콕 공항 화장실에서 밀수업자로부터 10㎏짜리 금괴가 들어간 조끼를 받아 입고 외교관 신분으로 검색대를 통과한 뒤 네팔로 날아가 같은 항공기를 타고 온 밀수업자에게 넘겨주고 3000달러를 챙겼다. 이 돈은 김정일에게 진상할 네팔산 사향노루 배꼽 5개와 산청(산꿀)을 사는 데 썼다고 홍 위원은 털어놨다. 그는 “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달러 뭉치를 외교행낭에 숨겨 들여온 수고비로 6000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외화벌이 외에 무기거래에 뛰어들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홍 위원은 전했다. 97년 여름 북한 미사일 기술자 17명이 파키스탄에 들어와 북한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적이 있다. 파키스탄은 87년 홍 위원을 포함한 북한 외교관들과 거래 끝에 북한산 122㎜ 방사포탄을 수입했다. 그 후 양국 간 무기거래는 계속 늘어 결국 미사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당시 파키스탄에 주재하며 양국 간 무기거래를 지휘하던 제2경제위원회 대표 강태윤이 퇴근해 이슬라마바드의 독립가옥 자택에 들어서는 순간 담장 너머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강태윤은 총탄을 피했지만 문을 열어준 부인이 숨졌다. 파키스탄 경찰은 인도 공작원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숙적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제공한 북한에 인도가 보복한 것”이라고 홍 위원은 설명했다.

홍 위원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는 한 외교관을 앞세운 그들의 국가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의 민주화를 유도한 뒤 경제협력을 통해 점진적인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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