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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 폭행해 숨졌는데 … 10년·15년형

중앙일보 2014.04.12 00:52 종합 1면 지면보기
징역 10년과 15년. 여덟 살밖에 안 된 의붓딸을 죽을 때까지 때린 계모들에게 선고된 형량이 적절한가를 두고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미국선 1급 살인죄 무기징역
"엄벌 필요한 아동 대상 범죄
선진국보다 처벌 형량 낮아"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 김성엽)는 11일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의 배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려 이틀 만에 숨지게 한 임모(36·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3부(부장 정계선)는 이날 오후 역시 의붓딸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박모(41·여)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두 계모에게는 모두 상해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칠곡), 상해(울산) 혐의가 적용됐다.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따르면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지난 1월 말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 29일부터 적용된다. 칠곡과 울산의 피해 아동은 대상이 아니다.



 특례법의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라 하더라도 아동학대 치사에 대해 법원에서 실제 적용하는 양형기준은 최고 징역 9년, 가중처벌하더라도 13년6월이다. 아동학대에 대해 엄벌하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아동학대 치사에 1급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2002년 뉴멕시코주에서 생후 5개월 된 브리아나 로페즈란 아기가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졌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낮은 형을 선고받자 여론이 들끓었다. 아기의 이름을 딴 ‘베이비 브리아나법’이 통과되면서 아동학대 치사의 형량을 최소 징역 30년으로 높였다. 이 법에 근거해 지난해 세 살배기 여자 아이를 담뱃불로 지지고 머리를 때리는 등 학대하다 숨지게 한 계부에게 미국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리나라 형법은 직계존속을 때려 숨지게 할 경우 존속살인 또는 존속폭행치사죄를 따로 둬 엄하게 처벌한다. 반면 자녀(직계비속)에 대한 특별한 조항은 없다. 부모에 대한 범죄를 패륜이라고 인식하는 반면 아이들을 때리는 것은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 전통의 잔재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낮게 잡아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더라도 법정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데 양형기준은 10년6월을 상한으로 정했다. 김현 변호사는 “미성년자 대상 범죄는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아동학대에 대한 양형이 선진국보다 낮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필재(33)씨는 “짐승도 자기 자식은 보호하는데 아이를 때려 죽였다면 평생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법 감정과 실제 법 적용 간에 큰 간극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을 높이는 것에 대해 형량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기영 변호사는 “징역 10~1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며 “일반 폭행치사범에 대한 처벌까지 너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지법은 계모 박씨에게 이전에 아이를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를 추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살인죄와 상해치사죄의 차이는 ‘죽이겠다는 의도’가 있었느냐다. 적극적인 의도뿐 아니라, ‘죽어도 좋다’는 생각까지도 고의에 포함된다.



 울산 사건의 경우 계모는 희생 아동의 갈비뼈 14개가 부러질 정도로 때렸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아이가 숨졌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때렸다면 적어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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