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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디자인 제국' 애플엔 그들이 있다

중앙일보 2014.04.12 00:15 종합 23면 지면보기
2004년 2월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식에 참석한 조너선 아이브(맨 앞쪽)와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 [사진 LANCE IVERSEN/San Francisco Chronicle/Corbis]


조너선 아이브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420쪽, 2만원



미친듯이 심플

켄 시걸 지음

김광수 옮김, 문학동네

380쪽, 1만6800원




스티브 잡스는 떠났지만 ‘애플 따라하기’는 계속된다. 최근 우리말 번역본이 나온 『미친듯이 심플』과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 신화의 비결인 ‘심플(simple)’과 디자인을 각기 해부하고 있다.



 옥스퍼드사전에 따르면 심플(simple)은 ‘이해하거나 하기가 쉬운(Easily understood or done)’이라는 뜻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심플’을 구현하는 사람은 소수다. 『미친듯이 심플』이 그리고 있는 잡스는 간략함의 챔피언이었다. 그는 ‘미친듯이(insanely)’ 또 ‘짐승처럼(brutally)’ 간결함을 애플 사람들에게 요구했다. 저자인 시걸은 애플의 ‘심플주의’는 다른 회사에 이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걸은 잡스의 심플 신앙을 11가지로 정리했다.



 ‘최소로 생각하라(think minimal)’가 눈에 띈다. 청중이건 소비자건 어떤 대상에게 한가지 메시지만 전달하라는 것이다. 여러 개면 헷갈리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꼭 전달하려고 한다면 생각들을 묶어내는 단일 테마가 필요하다고 시걸은 주장한다. 또 한가지 참조할만한 점은 잡스의 회의방식이다. 회의는 30분 내에 끝내는 게 원칙이었다. 불필요한 인원은 회의에서 추방했다. ‘번거롭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화이트보드를 애용했다.



‘아이맥(iMac)’이란 제품명을 고안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아이(i) 시리즈의 기반을 마련한 켄 시걸. [사진 문학동네]
 저자 켄 시걸은 1985년부터 잡스와 함께 애플의 광고·마케팅을 이끌었다. 아이맥(iMac)이라는 이름을 작명한 것도 시걸이다. 아이맥의 성공으로 아이포드·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는 아이(i)가 붙게 됐다. 잡스가 원래 생각해 낸 이름은 워크맨을 흉내 낸 듯한 ‘맥맨(MacMan)’이었다. 1997년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도 시걸의 작품이다.



 잡스는 시걸에게도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시걸은 “‘냉혹하게 정직한 것(being brutally honest)’과 ‘그냥 냉혹한 것(simply being brutal)’은 다르다”며 잡스를 옹호한다.



 언론인인 리앤더 카니가 쓴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 드라마의 ‘주연 같은 조연’인 디자이너 아이브의 디자인 세계에 대한 것이다.



 12년간 ‘귀양살이’ 끝에 1997년 복귀한 잡스는 1992년 애플에 선임디자이너로 입사한 아이브를 만났다. 아이브는 엔지니어들과 싸우는 게 지겨워 애플을 떠날 참이었다. 아이브의 시제품 디자인을 보고 감탄한 잡스는 아이브에게 사무실을 내주고 산업디자인 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두 완벽주의자는 말이 잘 통했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절친’(confidant)이었다. 잡스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브를 ‘영혼의 파트너’라고 불렀다. 시걸이 잡스를 설득해 맥맨 대신 아이맥을 선택하게 했듯이 아이브는 잡스가 흰색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아이브가 디자인한 애플 제품들은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2012년에는 영국 왕실 기사 작위(KBE)를 받았다. 그는 1700만달러짜리 집에 산다. 재산은 1억3000만 달러다. 아이브처럼 성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뭘 흉내내야 할까. 아이브는 1주일에 두 번 3시간동안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한다. 사무실에는 책상·의자·램프밖에 없다. 시걸과는 달리 아이브는 애플 따라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자신과 디자인팀 멤버 16명이 통째로 다른 회사로 간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른 회사에는 잡스가 키운 독특한 기업문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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