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깔나게 게임 대신해주는 남자, 유튜브 중계로 월수입 3500만원

중앙일보 2014.04.12 00:14 종합 16면 지면보기
별명이 대도서관인 게임BJ 나동현씨. “게임 ‘문명V’에서 좋아했던 건축물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별칭이 대도서관”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도서관, 양띵, 대정령, 악어, 머독.

요즘 잘나가는 게임방송자키
코미디·시트콤·드라마처럼 해설
게임 안 하는 10~20대 여성 팬도
게임 동영상 조회 1년 새 2배로
콘텐트 업체들 스타급 영입 경쟁



 비밀문서를 푸는 암호 같기도, 마법사가 나오는 고전 게임의 이름 같기도 한 이 단어의 주인은 누구일까.



 동영상 채널 유튜브(Youtube)에서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게임방송자키(BJ)들이다. 이들은 본명보다 더 유명한 이 ‘애칭’으로 수백만 유튜브 사용자에게 연예인급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온라인 PC게임의 고전(古典)이 된 ‘바람의 나라’(넥슨)와 ‘리니지’(엔씨소프트)가 임요환·홍진호 같은 스타 프로게이머들을 키웠다면,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74%)을 자랑하는 2014년 한국에서는 ‘게임 유튜버’(유튜브용 게임 콘텐트 제작자)가 뜨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 1위는 ‘대도서관’ 나동현(36)씨다. 게임방송 중계로 한 달에 많게는 3500만원, 보통은 2000만원을 번다. 당당하게 수입을 공개하는 나씨 덕분에 게임BJ에 대한 관심이 10~30대를 뛰어넘어 40대 이상 중년층까지 번지고 있다.



 나씨는 자신을 “한마디로 맛깔나게 게임 대신해 주는 남자”라고 소개했다. 게임BJ 경력 5년째인 그는 매일 3~4시간씩 개인인터넷방송국(다음tv팟·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으로 게임을 중계해 왔다. 직접 PC·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적절한 위트와 유머를 섞어 해설을 해준다. 일부 BJ가 비속어로 자극적인 방송을 할 때도 그는 “착하고도 재밌는 방송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실시간 중계 도중 시청자 채팅방에 비속어가 올라오면 가차없이 ‘강퇴(강제 퇴장)’ 시킨 적도 여러 번이다. 남다른 재주로 배꼽을 잡게 하는 나씨 덕분에 “게임BJ라는 직업을 다시 봤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는 “내 중계에 유머만 있는 게 아니다”고 한다. “게임에 따라 스토리텔링하는 방법을 달리한다”며 “제 방송엔 코미디쇼도, 시트콤도, 드라마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나씨의 생방송을 보려고 인터넷방송에 동시 접속하는 사람이 1만 명 이상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 생방송 중계만으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것일까? 게임 매니어들이 주로 접속하는 채널에서 그만 한 수익이 날까?



 비결은 유튜브에 있었다. 나씨는 2012년부터 생방송 파일을 20~30분 분량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유튜브가 개인 콘텐트 제작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한 초창기였다. 그는 “해외에서 유튜브 동영상으로 돈을 버는 전업 유튜버들을 유심히 보다가 일찌감치 유튜브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오락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카세트 테이프 게임부터 비디오게임기 ‘재믹스’의 양배추인형 등 1980~90년대를 풍미한 추억의 게임들과 함께 성장한 그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잘 다니던 직장(SK커뮤니케이션즈)도 박차고 나온 그였다. 유튜브에서 가능성을 본 나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나씨의 동영상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1000건 이상의 동영상을 올렸고, 이를 본 누적 구독자 수가 68만 명을 넘어섰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은 게임을 해본 적도 없는 10~20대 여성들까지 팬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개그콘서트를 보듯 나씨의 방송을 본다. 시청자들이 동영상에 붙는 광고를 볼 때마다 나씨에게 광고 수익의 일부가 돌아왔다. 수입을 굳이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나씨는 “이제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나씨 외에도 여성 게임BJ로 유명한 ‘양띵’ 양지영씨, 가면 쓴 BJ ‘대정령’ 김대현씨 등이 유튜브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재밌는 동영상을 찾아보고 공유하는 시대가 낳은 스타들이다. 모바일게임 ‘애니팡’ 신드롬 이후 게임이 대중적인 콘텐트로 발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과 게임이 만난 접점에 나씨 같은 게임BJ들의 설 자리가 넓어진 셈이다.



 경제 파급 효과가 1조2000억원(2010년,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준인 프로야구보다 9배 더 큰 게임시장(10조7000억원)의 파급력은 모바일 광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국내 게임 동영상에 붙은 광고 수는 직전 6개월 대비 3배로 늘었다. 지난해 게임 관련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 수도 전년보다 2배로 증가했다.



 게임BJ들이 대중을 움직이는 ‘파워 그룹’으로 떠오르자 콘텐트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CJ E&M은 지난해 6월 게임BJ들을 파트너로 영입해 ‘크리에이터그룹’ 사업을 시작했다. 일종의 매니지먼트 사업이다. 게임BJ들은 제작에만 집중하고, CJ E&M이 마케팅과 저작권 관리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게임BJ마다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해 주거나 음악 등 다른 분야와의 협업도 주선해 준다. CJ E&M 스마트미디어사업본부 송재룡 팀장은 “게임시장이 커지면서 게임을 활용한 재미있는 콘텐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개인 제작자들을 육성해 문화 생태계를 키우자는 취지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1만 명 이상의 게임BJ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인터넷방송국 아프리카TV도 CJ E&M처럼 유튜브 스타급 게임BJ 배출을 목표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게임BJ들은 글로벌 진출도 꿈꾸고 있다. 콘텐트만 재미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나씨는 “영어 자막을 제작하기 위해 요즘 영어 공부에 빠져 있다”며 “언어가 필요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 방송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CJ E&M 등도 BJ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로 있다. 누구나 동영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유튜브 시대엔 싸이나 소녀시대 같은 연예인들만 글로벌 스타가 되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유·신봉선이 '파이터'로 변신했더니 …



지난 1월 말 아이유 팬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다. ‘아이유 닮은꼴’로 불리는 코미디언 신봉선과 케이블방송 게임BJ 출신인 아이유가 함께 넥슨의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던전 앤 파이터’의 홍보 동영상에 출연한 것. 아이유가 칼과 방패를 들고 적들과 싸우다가 수세에 몰리자 돌연 ‘억센 철녀’ 신봉선으로 변신해 웃음을 유발했다. 넥슨 관계자는 “대중적이고 코믹한 동영상이 빠르게 퍼진 덕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게임을 소개하는 홍보 동영상에 공을 들이는 게임업체들이 많아졌다. 게임을 즐기는 매니어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화제의 동영상을 찾아보는 ‘보통 사람들’이 늘어서다. 인기 연예인들을 주인공으로 기용해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형식으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다.



 지난해 12월 게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도 온라인 총싸움 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홍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 미쓰에이(Miss A)와 2PM 멤버들이 총잡이로 출연했다. 마치 한 편의 액션영화 예고편 같은 이 동영상은 영어·중국어로도 제작됐다.



 이외에도 ‘국악소녀’ 송소희, 탤런트 신세경·이종석, 아이돌그룹 엑소 등 인기 연예인들이 게임 광고와 홍보 동영상에 잇따라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게임산업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매니어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서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매스마케팅 시대로 접어든 결과다.



글=박수련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