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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군사훈련 끝나면 남북 특사교환 추진해야

중앙일보 2014.04.12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만물이 소생하는 한반도의 춘삼월, 올해도 어김없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반도 남쪽에선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키 리졸브, 독수리, 쌍룡상륙훈련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진행된다. 이에 맞서 북쪽도 대응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장기간의 대응훈련에 많은 인원, 장비,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봄철 노동력 손실과 자원 고갈의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는 한·미 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핵타격 수단을 동원한 평양 점령 훈련’이라고 규정하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미의 긴 군사훈련에 대해 내부 자원을 고갈시켜 붕괴를 촉진하려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핵·미사일·방사포·무인기 등 비용은 적게 들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전쟁 수단들을 동원해서 맞서고 있다.



 북한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표방한 것도 ‘적은 비용으로 전쟁 억제력을 강화해서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한·미가 자신들을 “군비경쟁에 끌어들여 질식시키려 하지만 핵억제력을 갖췄기 때문에 국방비를 더 늘리지 않고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봄에는 대남 전시상황 선포, 대미 전면 대결전 선포 등 주로 ‘말 폭탄’을 동원해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북한이 주도하려 했다. 올해는 중단거리 미사일, 방사포, 해안포 등으로 위기를 조성했다.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핵실험을 하겠다기보다는 후속 카드로 남겨두고 한·미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봄마다 반복하는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선제적으로 군사훈련의 시기와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휘소 훈련과 병력동원 훈련을 동시에 추진해 훈련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다가도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다시 후퇴하는 것을 막으려면 신뢰를 바탕으로 적대적 군사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북한이 연초에 비방·중상 및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하자는 중대제안을 한 것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초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통일대박론과 중대제안을 내놓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신뢰 조성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비방·중상 중단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합의 이후 오히려 비방·중상의 수위가 높아졌다. 늘 그렇듯 남과 북은 합의 이후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해석의 차이로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다원주의 사회의 속성상 언론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남한이 비방·중상 중단을 약속하고도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북한 언론들이 주민들을 동원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남측의 언론정책을 트집 잡기 위한 것이다. 남측이 비방·중상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들도 주민들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지금 북한 정권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중상 문제다. 김정은 부부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보도하는 것은 ‘수령의 무오류성’을 내건 북한 체제의 속성상 참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미 군사훈련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긴장 국면이 완화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이 있는 4월을 축제의 달로 즐긴다. 올해도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면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북한은 권력개편 마무리, 북·미, 북·일 관계 등 대외관계 확장, 제재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재개 등 대내외 현안 해결에 주력할 시기로 접어들었다.



 지난 9일 열린 제13기 1차 최고인민회의는 최용해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돼 2인자 자리를 굳힌 것 이외에 눈에 띄는 내각 개편과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은 없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현 정세를 그대로 방임할 수 없는 엄중한 사태”로 규정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 당국은 엄중한 현 정세에서 새 진용과 정책을 내놓아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18일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는 것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3대 제안과 북한의 중대제안 사이에 합의점을 찾기 위한 고위급회담 또는 특사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 북한의 경제난을 부각시키면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체제 통일(흡수 통일) 정책이라 의심하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경제난 등 북한의 치부를 건드린 데 대해 당장은 발끈했지만 드레스덴 구상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다. 남북대화가 시급한 것은 소모적인 군비경쟁을 중단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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