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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 경제의 미래

중앙일보 2014.04.12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중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급팽창한 그림자금융은 이미 만만찮은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수년 전까지 10%를 웃돌던 성장률이 지난 두 해 7.7%로 떨어졌고, 국제통화기금과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7.5%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낮은 성장률을 예측하는 학자와 기관도 많다. 지금 국제금융시장은 신탁회사들의 부도 확대, 신용경색, 부동산시장의 거품붕괴, 급속한 자본유출, 나아가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다. 중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깊이로 볼 때 이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금 중국 경제는 여러 면에서 전환기에 처해 있다. 투자 확대와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성장 모델이 한계를 맞게 됨에 따라 내수 확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생산성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새 성장 모델을 모색하고 고속성장 과정에서 심화된 경제구조와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새 지도부는 지난해 취임 후 이런 정책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금융과 노동부문의 개혁, 도시화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를 자율화하고 자본시장 개방 폭을 넓히며 2020년까지 1억 명에게 추가로 도시거주권을 부여하는 호구(hokou)제도 개편과 더불어 최저임금도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깊이는 몇몇 부문의 정책개편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총체적 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리자유화로 인해 기업 부도와 경제 위축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지나치게 높은 은행의 지준율을 낮춰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환율 개입을 자제해야 하고 이는 다시 수출제조업, 고용 위축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자유화를 위해선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맡아온 정책적 지원 역할을 재정이 직접 떠안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세수 증대와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국유기업들은 도산 위험이 거의 없어 투자와 경영이 방만해지기 쉬워 그동안 정부는 국유기업의 돈줄인 은행 대출을 관리함으로써 이들의 방만 운영을 규제해 왔으나 금융이 자유화될 경우 이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얼마든지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돼 정부는 그 끈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금융자유화는 오히려 자원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어 결국 민영화 없이는 기업들의 투자규율, 재무건전성, 금융안정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국유기업은 공산당 엘리트와 가족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경우 공산당 지배세력의 기반은 무너지게 된다.



 과거 중국이 취해 온 무역개방, 가격자유화 같은 상품시장 개혁조치와 달리 지금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개혁과제는 금융, 노동, 토지와 같은 요소시장의 자유화다. 이는 각 분야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기득권을 재구성하고, 나아가 국가의 권력구조,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심대한 과제다. 중국이 이 도전을 뛰어넘지 못하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도 1980년대의 민주화, 90년대 외환위기와 금융, 기업의 대폭적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이 벽을 뛰어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으로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 불안이 야기될 경우 정부가 대응할 충분한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대개 최후의 수단이 금융기관의 국유화인데 중국에서는 이미 주요 금융기관들이 모두 국유화돼 있다. 지방정부 채무가 지난 몇 해 동안 빠르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총 정부부채는 국민총생산의 48%에 불과해 재정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그러나 이는 축복이기도 하고 동시에 필요한 개혁을 지연시키는 저주일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의 지도부는 이런 중국 경제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엄청난 개혁과제를 추진할 구체적 비전과 전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눈앞에 나타난 급한 불부터 끄며 시간을 벌어나가는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 전략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과연 이 깊은 함정을 이러한 전략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한 나라가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는 그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깊이보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다른 세 나라, 대만·싱가포르·홍콩은 이미 이 함정을 뛰어넘었다. 본토 중국이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벽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중국은 큰 갈등과 전환기적 위축을 겪게 될 것이며 이웃과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의 여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북한의 변화도 이 과정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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