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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배후조종 '그림자 부대' … 시진핑·저우창도 비서 출신

중앙일보 2014.04.12 00:09 종합 17면 지면보기
중국의 베이징 정가는 ‘그림자 부대’가 배후에서 움직인다. 고위 지도자의 개인 비서나 당·정부 조직의 비서 출신 정치인 집단을 뜻하는 ‘비서방(秘書幇)’이 그들이다. 중난하이(中南海·중국의 최고 권부)의 비서는 요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나 고관 자녀 출신의 정치세력)이나 공청단파(共靑團派·공산주의청년단 간부 출신 정치집단)가 아니라면 비서는 출세의 유일한 경로다. ‘비서방’이 중국 정계의 3대 파벌이자 숨은 최대 계파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정계 최대 계파 비서방
연로한 혁명원로 보좌하며 성장
태자당·공청단파와 3대 파벌
문건·원고 챙기며 낮은 자세 헌신
주군, 은퇴 보험으로 요직 챙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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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 출신 정치인의 면모는 화려하다. 시진핑(習近平·61) 국가주석은 겅뱌오(耿飇) 국방부장의 비서로 사회에 진출했다. 쩡칭훙(曾慶紅·75) 전 국가부주석은 석유방의 창시자로 불리는 ‘외팔이 장군’ 위추리(余秋里) 전 국무원 부총리의 비서 출신이다. 6세대 지도자 후보군인 저우창(周强·54) 최고인민법원장은 샤오양(蕭揚) 전 사법부장의 비서 출신이고, 쑨정차이(孫政才·54) 충칭시 서기는 베이징시 비서장을 역임했다.



 중국의 비서정치는 원로정치의 산물이다. 마오쩌둥 사후 활약한 원로들은 연로했다. 전략과 전술 수립에는 능숙했지만 건강과 지식이 약했다. 비서는 이들의 약점을 보완했다. 비서는 원로정치의 집행자이자 조정자로 활약했다. 8513만 공산당원 중 정치국위원급 지도자는 ‘당·국가 영도인’으로 불린다. 중앙조직부는 이들의 비서를 ‘기요비서(機要秘書)’라 부른다. 기밀을 취급하는 비서에서 최고 지도자급의 비서로 호칭이 바뀐 셈이다.



 비서의 등용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도자와의 인연이다. 딩쉐샹(丁薛祥·52) 총서기판공실 주임은 2007년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로 부임했을 당시 시위원회 비서장이었다. 당시 인연으로 2013년 5월 비서 겸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발탁됐다. 둘째, 중앙판공청이나 국무원판공청으로 발탁돼 조직의 비서직을 맡는 경우다. 셋째, 정책연구실이나 싱크탱크에서 비서가 되는 경로다. 스즈훙(施芝鴻)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비서는 상하이시 정책연구실 처장 출신이었다. 왕후닝(59)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푸단대 법학원 원장에서 발탁돼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3대 국가주석의 책사가 됐다.



 비서의 주임무는 문건 처리와 작성이다. 8대 혁명원로 펑전(彭眞)의 비서였던 웨샹(岳祥)은 “중앙판공청·신화사와 지방 각 성에서 보내온 각종 국내 문건과 외교부·중앙연락부와 주요국 대사관에서 보내온 국제자료를 간추려 지도자 책상 위에 올리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고 말한다. 천윈(陳雲) 전 국무원 부총리의 비서 주자무(朱佳木·68)가 “천윈의 사상·습관·말투를 반영한 원고를 작성하는 일은 나에게 힘든 도전이었다. 몇 년간 새벽 2시 전에 잠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비서는 고된 자리다.



 낮은 자세(low key)는 비서의 최고 덕목이다. 2013년 4월 리루이환(李瑞還) 전 정협주석의 신간 출판기념회 자리에 부부장(차관)급인 비서가 참석했다. 사회자는 귀빈석에 앉아 있던 그를 이름조차 소개하지 않았다.



 비서정치는 중국 특유의 후견·피후견 시스템이 만들었다. 은퇴를 앞둔 지도자는 비서에게 요직을 알선해 준다. 퇴임 후를 대비한 보험이자 영향력을 행사할 창구의 확보를 위해서다. 비서는 ‘주군’의 퇴직에 맞춰 정치인생의 제2막이 시작된다. 우방궈(吳邦國·73) 전 전인대위원장의 비서였던 쑨웨이(孫偉·53)는 산둥성 부성장, 원자바오(溫家寶·72) 전 총리의 비서 추샤오슝(邱小雄·56)은 국가세무국 부국장이 됐다. 총리의 비서는 종종 경제 분야로 진출한다.



 비서방에는 한계가 있다. 네트워킹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당파 결성(結黨)은 금기다. 공산당 일당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황제의 통치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송(宋)나라 때 구양수(歐陽脩)는 군자의 붕당을 옹호하는 『붕당론(朋黨論)』을 저술했다. 청(淸)의 옹정제(雍正帝)는 『어제(御製) 붕당론』를 지어 모든 당파 행위를 금했다. 이 때문에 ‘당내 당’으로 불리는 태자당과 공청단파도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



시진핑의 비서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비서진의 경력 관리에 들어갔다. ‘시진핑 키드’ 육성을 위해서다. 지방 경험이 없는 인물은 지방으로, 중앙 경험이 없는 인물은 중앙으로 옮기는 인사를 통해서다. 베이징의 미래 권력 지도를 염두에 둔 정지작업이다.



 선두 주자는 리수레이(李書磊·50)다. 지난 1월 말 중앙당교 부교장에서 푸젠(福建)성 상무위원 겸 선전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4살 때 베이징대에 입학해 ‘신동’으로 불린 그는 시진핑 주석이 중앙당교 교장을 맡자 부교장으로 승진해 연설문 작성을 전담했다. 푸젠성으로 그를 내려보낸 것은 지방 경력을 쌓은 뒤 중앙 요직에 다시 등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차이치(蔡奇·59) 저장(浙江)성 부성장은 지난달 27일 보직 발령 없이 돌연 면직됐다. 신설된 국가안전위원회의 판공실 부주임을 맡을 전망이다. 차이치는 시 주석과 같이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정치가다.



 허이팅(何毅亭·62)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은 시진핑의 지역 기반인 산시(陝西)성이 고향인 산시방에 속한다. 딩쉐샹 총서기판공청 주임은 한국의 청와대 격인 중앙판공청 차기 주임을 예약한 미래 권력이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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