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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짓밟힌 아이 생명, 우리는 무엇을 해왔나

중앙일보 2014.04.12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아동 학대는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일방적 폭력이다. 그 점에서 그 어떤 범죄보다도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치유하기 힘든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남기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한다. 그간 ‘훈육을 위한 체벌’이란 명분으로 이뤄져온 가정 내 아동 학대에 대해 과연 우리가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물어야 할 때다.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두 건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해 어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 기소된 임모(3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숨진 딸을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아버지 김모(38)씨에 대해선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앞서 임씨에게 징역 20년을, 김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울산지법 형사3부는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40)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하고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두 재판부가 “아동 학대는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사안의 성격을 감안할 때 실제 형량은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것이다. 칠곡 사건의 임씨는 8세 의붓딸을 지속적으로 학대해오다 아이가 숨지자 열두 살 언니에게 범행을 전가하려 했다. 울산 사건의 박씨는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폭행해 갈비뼈 14개를 부러뜨려 뼈에 폐가 찔려 숨지게 했다. 이들에게 선고된 형량에 대해 많은 국민은 ‘솜방망이 처벌’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기대와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항소심에서 처벌 수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아동 학대 사망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가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회성 대책만 내놓고 넘어가는 행태를 반복해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부터 학대 신고 의무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제도 시행 후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1건에 불과하다. 또 울산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말 국회가 아동복지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으나 시행에 필요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동 학대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공무원 5000명을 증원키로 했으나 실천으로 옮겨질지 의문이다.



 지난 12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이 97명에 이른다고 한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어른들 모두가 분노와 함께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 가장 약한 어린이의 기본 인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아동복지법은 아이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만큼 무서운 현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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