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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웰컴, 그리스

중앙일보 2014.04.09 00:20 경제 1면 지면보기
그리스 재정위기의 끝이 보인다. 그리스 야니스 스토우나라스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6월 안에 시장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 일간지 카트메리니는 “스토우나라스 장관이 ‘이번 주 시장 복귀’ 보도는 부인했지만 올 상반기 안에 시장에 돌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재정위기 이후 처음으로 시장 복귀 일정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4년6개월 만에 국채 발행 채비
주간사 물색, 시장복귀 진행
예상보다 반 년 정도 앞당겨
성공 땐 유럽 재정위기 매듭
실물 경제 회복은 아직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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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우나라스가 말한 ‘시장 복귀’는 국채 발행이다.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에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2년 베를린 의회에서 그리스 지원을 역설하며 “그리스 정부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면 재정위기가 일단락된다”고 말했다. 실제 그리스가 올 6월 안에 국채 발행에 성공하면 4년6개월 정도 만에 시장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그리스가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 유럽 재정위기도 일단락된다.



 그리스는 2010년 1월 이후 국채를 발행할 수 없었다. 그즈음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시장금리)이 치솟아 독자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연 7%를 웃돌기 시작해서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 7%는 ‘구제금융 데드라인(Bailout dead Line)’으로 불렸다. 실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이 금리가 7%를 넘어선 직후 백기를 들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날 현재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데드라인 안쪽인 6.1% 선이다.



 그리스 재무부는 국채발행 주간사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주간사는 국채를 도매로 떼다가 시중은행과 펀드 등에 넘기는 일을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테네 소식통의 말을 빌려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과 독일계인 도이체방크가 내정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실무 준비는 사실상 끝난 셈이다. 발행 규모와 표면 금리 결정만 남아 있다.





 그리스의 시장 복귀는 예상보다 반년 정도 빠르다. 애초 사마라스 총리는 “2014년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 2015년엔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지난 1월 밝힌 바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내년 시장 복귀를 기준으로 진행 중이다.



 그리스 이외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 국가는 이미 시장으로 속속 복귀했다. 포르투갈은 그리스보다 1년 정도 늦은 2011년 5월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올 1월 이미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만기 5년짜리 국채 32억5000만 유로(약 4조4000억원)어치를 발행해 모두 팔았다. 시중은행과 펀드들이 사겠다고 주문한 규모가 112억 유로나 됐다. 발행 규모보다 3.4배나 많은 주문이 밀려든 셈이다. 이 덕분에 5년물 시중금리가 5.4% 정도였는데 발행금리는 4.6% 선으로 낮아졌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포르투갈 국채발행이 성공적으로 계속되면 올 7월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무리 없이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일랜드는 지난달 만기 10년짜리 국채 10억 유로어치를 성공적으로 팔았다. 2010년 9월 이후 3년반 만에 이뤄진 국채발행이었다. 금리는 2.9% 선이었다. 아일랜드는 여세를 몰아 이달 10일 2차 국채발행에 나선다. 이번에도 만기 10년짜리 10억 유로어치다. 이 나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15일 끝났다. 석 달 정도 구제금융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다 지난달 국채발행에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한때 구제금융 벼랑 끝에 몰렸으나 지금은 국채 금리가 안정적이다. 두 나라 모두 연 3.1%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수준보다 낮다. 두 나라 시장금리는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초에 ‘구제금융 데드라인’을 넘나들었다.



 다만 그리스가 국채발행에 성공한다고 실물경제마저 재정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성장률은 올 1분기에 -2.3%였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에 27.5%였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블로그 글을 통해 “남유럽 국가들 때문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전체가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그리스 등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끝나도 경기침체 고통은 오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남규 기자



◆구제금융 데드라인=채권



투자자의 매입거부(Buyers Strike)가 일어나는 수익률(시장금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시장금리) 7%가 데드라인이었다. 회원국들의 경제 체력과 재정 상황에 비춰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서면 이자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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