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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14) 중국에 있는 베이징 55중학교

중앙일보 2014.04.09 00:01 강남통신 10면 지면보기
베이징55중학교


중국 공교육과 국제학교 장점 동시에 누릴 수 있어요

중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수업하는 공립학교. 이중 중국어 수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국제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국제학교로 1975년 처음 문을 열었다. 영어국제부에 다녀도 중국 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 또 영미권 대학 입학을 위한 국제IB과정 회원 학교라 10학년(고1)부터 IB예비과정, 11학년(고2)부터 본격적인 국제IB 과정으로 수업한다.



◆ 홈페이지: www.bj55.cn

◆ 학교유형: 중·고교

◆ 학교종류: 베이징시 중점학교, 중국 최초

◆ 설립연도: 1954년

◆ 학교면적: 2만㎡

◆ 특징: 중국어와 영어를

◆ 학급정원: 15명 내외

◆ 학비: 800만원 내외(1년)


9학년 주현준군(왼쪽)과 어머니 김수정씨
중국에서 아이를 키우면 누구라도 교육에 관심이 많아진다. 아이의 중국어·영어 수준을 빨리 높여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다, 수학마저 한국보다 진도가 빠르고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처럼 아이를 한국 대학에 진학시킬 계획이라면 국어·논술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이것저것 챙길 게 많으니 사교육 도움을 빌게 된다. 한인 타운이 생길 정도로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에 대치동을 방불케 할 만큼 학원이 즐비한 이유다.



 학부모가 다 그렇듯 나 역시 아이가 다닐 학교를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흔하고 학비가 저렴한 학교는 공립학교다. 베이징에만 500여개가 있다. 중국 교사가 중국어로 수업한다. 중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중국 문화를 익히기엔 좋겠지만, 아쉽게도 외국인을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다. 설령 입학하더라도 현지인처럼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수업을 제대로 따라잡기 힘들다.



 공립학교를 빼면 국제학교가 남는다. 베이징에는 미국·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 국제학교가 10여 곳 있다. 한국 학생 대부분은 국제학교에 다니며 영어를 마스터하고, 중국어는 현지인에게 따로 개인교습을 받는다.



 현준이가 다니는 베이징55중학교는 완전한 공립도, 그렇다고 국제학교도 아닌 중점 공립학교다. 중국 공립학교는 평준화돼 있어 어느 학교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점학교만은 다르다. 초등학교 내신 성적과 입학 시험을 치르고 들어가야할 만큼 명문 학교다. 주로 중국 고위 관료 자녀가 다니는데, 베이징에는 40여곳이 있다.



  55중학교는 중점학교 중에서도 좀 특이한 곳이다. 영어국제반 과정이 있어 국제학교 특징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영어 시험을 통과하면 55중학교 영어국제반에 들어갈 수 있다. 학비는 공립학교 수준이고, 수업은 영어 70%와 중국어 30% 정도다. 일반 공립학교보단 자유롭지만, 다른 국제학교에 비하면 학칙이 엄격하다. 교사는 중국인과 영국·미국·호주 출신이 섞여 있다.



 학비는 공립 수준으로 싼데, 공립학교와 국제학교 이점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학교라 55중학교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정말 많다. 결국 중국어와 영어, 수학 실력이 관건이다. 영어는 에세이 한 편 쓰기와 면접으로 평가하고, 중국어는 자기 학년에 맞는 중국어 교재를 제대로 읽고 쓸 수 있는지 평가한다. 한국 학생이 대체로 수학을 잘 한다지만 중국은 수준이 꽤 높다.



 수업 진행 방식은 국제학교에 가깝다. 국제 IB과정 인증을 받은 학교라 교사와 수업 질 모두 높은 편이다. 물리·생물·지구과학·화학 등으로 나눠서 이뤄지는 과학 수업은 새로 지은 실험관에서 주로 한다. 대학 실험실 못지 않아 수준 높은 실험이 가능하다. 과학 관련 전시실은 작은 박물관이라 불러도 될만큼 방대한 전시물이 있다. 학교에 방문했을 때 현준이가 전시실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을 술술 이야기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 전시실을 자주 가서 둘러보며 참고한다고 하니, 재미있게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1 베이징55중학교 전경.
2 잔디 깔린 축구장. 학생들이 펜스 위에 직접 벽화를 그렸다.


 이곳 교사를 만날 때마다 놀라는 점이 있다. 학부모와의 사소한 대화 내용도 정말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만나면 다시 한번 설명을 해준다. 나는 현준이의 중국어 실력이 중국 아이는 물론이고 대만이나 홍콩 아이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중국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 별로 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교사 눈엔 내 이런 근심이 보였나보다. 나를 만날 때마다 현준이의 중국어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고,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었는지, 발표 내용과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다른 엄마들도 교사의 이런 상세한 피드백에 “어떻게 이런 걸 다 기억하고 답변해주는지 신기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좋은 건 촌지나 치맛바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교사 상담을 갈 때 맨손으로 가도 된다. 꼭 교사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는 한국 캔커피 한 개 가져가는 수준이다. 이곳 교사들이 한국 캔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다른 한국 엄마들은 김밥 한줄 싸가기도 하고, 김치를 선물하기도 한다. 사실 한국 엄마들이나 교사에게 선물을 건네지, 외국 엄마들은 이런 사소한 선물도 없다.



 정말 보기 좋은 건 교사들이 늘 생기가 넘친다는 점이다. 30대 초중반 젊은 사람이 많아, 학생들과 친구처럼 어울린다.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밝게 웃고 있는 교사 얼굴을 보면 나도 덩달아 따라 웃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수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학부모 참관 수업에 가보면 교사가 권위적으로 수업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우는 한번도 못 봤다. 학생들이 자기 개성에 맞게 행동하고 이야기하면 교사는 이에 대해 다양한 예를 들려주며 생각의 흐름을 바꿔준다. 그러니 수업 시간 내내 웃음과 활기가 넘친다. 교사는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한다. 심지어 성적도 개성 중 하나라고 본다. 좋아하는 분야, 열심히 하는 과목이 있으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격려해준다.



 그렇다고 마냥 자유롭기만 한 건 아니다. 학칙은 굉장히 엄격하다.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게 기본이고, 여기서 어긋나면 사소한 잘못도 제지를 받는다. 일전에 학교를 방문했을 때 어떤 학생이 지나가다 복도에 물을 조금 흘렸다. 이를 본 교사가 곧장 그 학생에게 걸레를 가져와서 닦게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로 혼낸 건 아니다. 대신 몸이 불편한 학생이 미끄러질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 전국적으로 현대화 교육 기술 실험학교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탁월한 시설을 자랑한다. 공연장으로도 쓸 수 있는 강당.
4 복도 양 옆으로 학생 사물함이 있다.
5 과학 전시실. 웬만한 박물관보다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6 컴퓨터실. 수업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또 궁금한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반드시 교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학생이 별 반응이 없으면 교사는 다 아는 것으로 간주하고 넘어가지만,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학생이 질문하면 반드시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게 도와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줄 아는 민주 사회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험은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이렇게 2번 치른다. 숙제도 성적에 반영한다. 시험 문제는 교재 밖에서 출제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배우지도 않고, 교재에도 없는 내용이 시험에 출제된다는 게 너무 난감했다. 중국어가 부족한 외국 학생에게 불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교사는 “책과 신문을 많이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해보라는 의도”라고 설명해줬다. 한창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폭넓게 생각하고 공부하는 법을 배우라는 거였다. 사실 55중학교의 성적표에는 점수만 표기되지 등수는 나오지 않는다. “폭넓게 공부하라” 조언을 들으니, 점수 1~2점 갖고 시험에 유불리를 따지는 건 한국식 사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이 학교 국제부는 모두 14개 반, 한 반 정원은 15명 내외다. 수업방식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 등이 국제학교와 비슷하다.


 방과후 수업도 다양하다. 체스·바둑·동양화·댄스를 포함해 각종 스포츠와 컴퓨터 수업 등이 개설돼 있다. 특히 영어로 연기를 하는 영어드라마반은 베이징의 각종 대회를 휩쓸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베이징의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고 들었다.



 55중학교 학생들이 모두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1년에 2번 있는 수학여행이다. 학기당 한번씩 중국 전역의 유명한 관광지를 3박4일간 돌아본다. 중칭이나 시안, 시아먼, 백두산 등 명승지를 두루 둘러보고 온다. 소풍도 1박2일로 다녀온다. 일반 국제학교는 이런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55중학교는 공립이라 수학여행이나 소풍에 추가 비용이 전혀 없다.



8 55중학교 축구반 학생이 대회 입상 후 트로피를 들고 있다. 축구뿐 아니라 방과후 각종 스포츠 반 등은 체계적이고 수준높게 운영된다.
수학여행 때 교사들이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생물 교사가 ‘백두산 높이에 따라 식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오라’고 시킨다거나, 물리 교사가 ‘시간과 속도, 거리 개념을 응용해서 수학 여행동안 얼마나 넓은 곳을 다녔는지 유추해보라’와 같은 숙제를 내는 거다. 답을 제출해야 하는 골치 아픈 숙제는 아니고, 수학여행을 다니면서 과목과 연계해서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주는 식이다.



 영미권 나라나 유럽으로 유학가는 이들은 한국식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좀더 이상적인 환경에서 공부하길 바라는 학부모일 것이다. 중국 유학은 약간 다르다. 오히려 한국보다 챙겨야 할 것이 더 많아 사교육을 끊을 수 없다. 또 한국 대학으로 특례 입학하려고 이곳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학원을 다니면, 서울보다 1.5배 정도 비싼 가격을 내야 한다. 중국어에 대한 압박도 크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인 가족이 정말 많다. 바꿔 생각하면 한국과 비슷한 교육 환경에서 중국어를 쉽게 마스터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이라면 중국에서도 금방 적응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교육 시스템은



중·고등학교 갈땐 진학 시험

명문 중점학교엔 지원자 몰려




중국은 초등학교 6년, 초급 중학교 3년, 고등 중학교 3년 과정이다. 초등 6년은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실제론 초등학교 취학률이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농촌에서는 초등 6년 과정을 4~5년에 끝내는 곳도 있다. 초등생은 주로 가까운 공립학교에 다니지만 간혹 사립학교나 학군 좋은 곳으로 학교를 옮기기도 한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표는 전국적으로 똑같다. 국어·영어·수학이 중점과목이다.



 초급 중학교는 한국의 중학교, 고등 중학교는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상급학교로 올라갈 때마다 진학 시험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초급 중학교에 진학할 때는 초등학교 졸업고사와 초등학교 내신 성적을 합산한 점수, 그리고 중학교 자체 선발고사 점수를 반영한다. 자체 선발 시험은 교과 내용을 위주로 한 암기 중심이며, 3~5과목 정도다. 공립학교는 기본적으로 평준화라 경쟁 시험이 무의미하다. 하지만 ‘중점학교’엔 지원자가 몰린다.



 초급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부는 고등 중학교(한국의 인문계 고교)로 진학하고, 일부는 기공학교(技工學校)라 불리는 직업전문학교나 중등 전문학교에 들어간다. 중국 중학교는 한국의 중·고교에 해당한다. 중국 학교는 학생 능력에 따라 월반이 가능하고 입학 연령이 들쭉날쭉해 학년이 같다고 학생 나이가 모두 같은 건 아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같은 대도시는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하는 집이 많다.



김수정(43·중국 베이징시 왕징)씨

정리=박형수 기자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교육 프로그램.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원 부모를 따라 모국이 아닌 다른 여러 나라에서 교육 받는 자녀를 위해 1968년 만들어졌다. 현재 145개국 3676여개 학교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교육을 한다. 국제 학력 인증기관 중 하나인 국제학위협회(IBO) 인증을 받아야 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교육시설·교사진 등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인증 받기가 까다롭다. 인증 사실만으로 학교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미국 대학에 진학할 때 필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나 ACT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점학교 중국 교육위원회가 평가해 우수한 학교로 지정한 공립학교. 평가 항목은 학생 수, 재정 상태, 운동장 유무, 학생·교사 비율, 교내 식당·식단 상태, 실험실 수준, 교사 학력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긴다. 초등학교 내신 성적과 입학 고사 성적을 종합 평가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정부 고위 관료나 당 간부 자녀가 주로 다닌다.



강남통신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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