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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로 된 하도급 구조, SW개발자는 '을 중의 을'

중앙일보 2014.04.08 00:49 경제 7면 지면보기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들과 SW전문기업 대표들이 이달 3일 경기도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에서 간담회를 했다.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SW) 복제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제값 주고 제값 받는’ 문화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SW 생태계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미래부·SW 업체 대표 현장 간담회
SW 제값 받기가 무엇보다 중요
해외진출 때 정부가 안전판 돼야

 약 30년간 의료정보 소프트웨어를 제작해온 전진옥(55) 비트컴퓨터 대표가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 앞에서 던진 말이다. 미래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지난 3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10여 개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들과 현장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들은 삼성SDS·LG CNS 등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아니라 모두 중소업체 최고경영자(CEO)다.



 소프트웨어 업체 CEO들은 한목소리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SW 제값 받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SW 소유권뿐만 아니라 사용권(라이선스)에 대해서도 정당한 몫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업체 대표들은 해외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SW 유지·보수 요율이 국내 중소 SW업체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미국 오라클과 독일 SAP 등 세계적 SW 업체들은 제품가의 20% 이상에 달하는 비싼 유지·보수료를 매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는 1년도 아니고 2년간 무상 수리보증을 해야 할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들 대표는 국내 SW업계의 ‘기형적 하도급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인수 티베로 대표는 “보통 프로젝트 1개의 진행 구조가 ‘발주 기업(고객사)→IT자회사→프로젝트 수주회사 →1차 인력 알선→2차 인력 알선→3차 인력 알선(개발사)’”이라며 “이러한 작업 구조 탓에 실무 개발자는 항상 ‘을(乙) 중의 을’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업체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은 ‘하도급 관계’와 유사한 국내 SW업계의 생태계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SW업체들이 고질적으로 겪는 ‘우수 인력 부족 문제’도 거론됐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예전에는 대학교의 입학점수가 전자·전산과가 높았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며 “SW를 하는 인력이 대우받고 잘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현지어 능통자 채용에서부터 현지 법 해석 문제, 현지 영업체계 적응 등 정부가 글로벌 진출을 위한 ‘논스톱 서비스’를 마련하면 SW 강소기업 육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래부는 이 같은 업계 의견을 글로벌 SW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GCS) 프로젝트’에 반영하기로 했다. GCS 프로젝트는 민관 합동으로 2017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하며, 올해는 공간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등 22개 과제에 379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재유 미래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중 중요한 부문이 SW 분야이며, SW 융합을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의 발판을 만든다는 게 정부의 목표”라며 “앞으로 SW 기업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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