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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며느리·사위는 자식 아니다?

중앙일보 2014.04.08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익숙한 장면.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절을 할 때 처부모는 사위를, 시부모는 며느리를 먼저 안아준다. 새로 자식을 얻은 기쁨의 표시다. 부모는 이 순간 ‘아들 같은 사위’ ‘딸 같은 며느리’가 되길 바란다. 이런 광경이 예전에는 드물었지만 요즘은 통과의례가 되다시피 했다.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듯 양가 부모에게 나란히 생활비를 대는 자녀가 많다. 아들이 부모 생활비를 대는 비율이 2002년 40.2%에서 2012년 20.9%로 줄고, 아들딸이 함께 거드는 비율이 11.4%에서 27.6%로 늘었다(통계청 사회조사).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 자살사건’ 이후 재발 방지 노력이 줄을 잇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달 28일 신당 1호 법안으로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기초수급자의 부양의무자 를 ‘1촌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에서 배우자를 삭제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며느리의 시부모 부양의무, 사위의 처부모 부양의무를 면제하는 것이다. 아들(딸) 부부가 부모를 함께 부양하는 것이 상식인데 며느리(사위)를 떼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혹여라도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걱정 하나 더. 제도를 잘 알고, 부부 관계가 좋은 자녀라면 부동산·금융재산 등을 배우자 명의로 옮기려 들 게다. 또 자영업을 할 경우 가구의 소득·재산을 남편과 아내의 몫을 정확하게 나누기도 쉽지 않을 터. 이런 문제 때문에 새누리당이 2012년 같은 법안을 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유야무야됐다.



 차라리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지난달 28일 발의한 법률안이 합리적이다. 자녀가 사망한 경우 며느리나 사위를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혼자가 된 며느리와 사위에게까지 부양을 강제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부산 가정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45)가 남편 사망 후 재혼하지 않아 시부모와 인척관계는 유지되지만 따로 살기 때문에 부양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안 대표 법안대로 가면 연 1조원가량이 들어간다고 한다. 더 급한 데가 있다. 44세 정신장애인(2급) 딸을 돌보는 김모(68·서울 광진구)씨, 90대 노모를 돌보는 조모(75·경기도 성남시)씨에게 부양의무자 굴레를 씌우는 것은 잔인하다. 아니면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낮춰 자녀 때문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 117만 명의 ‘낀 계층’을 구하는 게 낫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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