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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 개의 규칙으로 지방선거 치르면 최악

중앙일보 2014.04.08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시장이든 정치든 리더의 미덕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투명성을 줄이는 데 있다. 두 달도 채 안 남은 지방선거가 유례없는 불투명성에 빠져들고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이나 시의원·군의원·구의원을 뽑는 기초선거 경기에 두 개의 규칙이 적용될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박준우 정무수석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보내 안철수 공동대표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공약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요청하려 했는데, 박 정무수석은 “기초공천 폐지는 여야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건 선거중립에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대표의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진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측은 잇따른 회담 제안을 일도양단식으로 거부한 박 대통령을 향해 “제 1야당으로서 모멸감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기초선거 무공천’의 실천은 두 사람이 합당할 때 가장 큰 명분이었던 일종의 도덕률이었다. 새정치연합의 지도부가 지방선거의 프레임을 ‘약속 정치’ 대 ‘거짓 정치’의 선악 구도, 도덕 문제로 몰아가려는 건 이 때문이다. 이들은 4월 임시국회에선 기초공천 폐지 입법에 투쟁을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공방 속에서 정작 지방선거의 주인공인 국민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하나의 운동장에서 두 개의 규칙이 혼란스럽게 작동하는 경기를 유권자에게 보여줘선 곤란하다. 지방선거의 불투명성만 깊어갈 뿐이다. 이번에 선출될 기초단체 공직자는 3000여 명에 이른다. 이 많은 자리에 도전하는 더 많은 후보자를 유권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유권자는 그동안 인물과 정당, 두 가지 기준으로 선택하곤 했는데 정당이 증발된 후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런 우려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최선의 선택은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가 약속했던 대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에서 무공천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거부로 이 선택이 무산된 만큼 현실적으로 차선의 선택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중요한 건 여야가 하나의 운동장에서 하나의 규칙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방선거의 진정한 주인인 유권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지금은 청와대가 침묵을 지킬 때가 아니다. 야당 또한 청와대만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6·4 지방선거까지 촉박한 일정이지만 아직 타협할 시간은 남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협상과 타협의 예술이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말고 원만한 결론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하나의 선거에서 두 개의 규칙이 따로 놀아 유권자와 선거판을 혼돈에 빠뜨리는 최악의 선택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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