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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삼국지 … 소비자는 즐겁다

중앙일보 2014.04.07 01:01 종합 2면 지면보기
허리케인이 될까,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4일 충북 충주시의 롯데주류 맥주공장 내 시음장. 컵에 맥주를 따르자 풍성한 거품이 가득 차 올랐다. 롯데주류가 첫 선을 보인 ‘클라우드(Kloud)’ 맥주였다. 듣기엔 ‘구름(Cloud)’과 같지만 제품의 상표엔 알파벳 K가 C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롯데주류 우창균 마케팅 부문장은 “한국 맥주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코리아의 K를 앞세웠다”며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거품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클라우드' 카스·하이트에 도전
거품 많고 향 짙지만 청량감 부족
"폭탄주에 안 맞아" "진짜 맥주 맛"
OB·하이트는 새 제품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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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국산 맥주들과는 맛이 달랐다. 카스(OB맥주)나 하이트(하이트진로)처럼 시원하게 목을 넘어가는 청량감은 부족했다. 대신 부드러운 거품 아래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이 강했다. 김봉석 공장장은 “카스·하이트는 맥주 원료(보리·홉)를 알코올 도수 6~7%로 발효시킨 후 물을 섞어 4.5% 정도로 맞추는 반면 클라우드는 발효액 자체(도수 5%)가 완제품이라 맛과 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전망이 갈린다.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시각과 이미 기존 맥주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두 가지 의견이다. 장인수 OB맥주 사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이미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카스가 꽉 잡았다”며 “(롯데맥주가) 프리미엄 수입맥주나 국산 에일맥주와는 경쟁할 수 있어도 전체 시장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클라우드가 ‘소폭(소주+맥주) 문화’에 어울리지 않아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롯데는 “클라우드가 맥주만 마시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맥주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 부문장은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우리나라 맥주가 ‘소맥’에 좋은 가벼운 맛에 편향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드는 라거맥주 계열이지만 에일맥주에 가까운 진한 맛을 낸다. 라거는 미국의 버드와이저·밀러나 한국의 카스·하이트처럼 청량함을 강조하는 반면, 영국 중심의 에일은 색깔이 짙고 맛 또한 진하다. 심은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롯데의 유통망과 소주 영업을 해 본 경험을 잘 활용하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라우드 출시가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기존 강자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상표 디자인부터 제조공정과 맛, 알코올 도수까지 전 부문에 걸쳐 리뉴얼한 ‘뉴 하이트’를 출시했다. OB맥주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에 5년 만에 재인수되면서 과감한 투자를 약속받았다. 정통 영국 스타일의 프리미엄 에일맥주 ‘에일스톤’도 최근 출시했다.



 두 회사는 일제시대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와 소화기린맥주(현 OB맥주) 시절부터 국내 맥주 양대 산맥이었다. 해방 후에는 조선맥주와 동양맥주가 각각 그 맥을 이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970년대 한때 한독맥주가 정통 독일식 맥주 ‘이젠백’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경영난으로 조선맥주에 흡수됐다. OB맥주에 밀리던 조선맥주는 93년 크라운 대신 천연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맥주를 출시해 96년부터 15년간 업계 1위를 지켰다. 그러나 2012년 ‘카스’를 앞세운 OB맥주에 재역전당했다. 현재 OB맥주는 카스와 골든라거,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맥스·드라이피니시d 등을 주력 상품으로 경쟁하고 있다.



 롯데는 클라우드의 가격을 카스나 하이트보다는 높고, 프리미엄 수입맥주보다는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김 공장장은 “국산 맥주의 가격대에 수입맥주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광고모델로 ‘천송이’ 역을 맡았던 배우 전지현을 발탁하는 등 초기 마케팅 비용만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현재 연간 생산량은 국내 맥주 소비량의 2.5% 정도인 5만kL이지만 2017년까지 50만kL 규모로 증설할 예정이다.



충주=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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