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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만나면 자폭 … '나노 수류탄' 첫 개발

중앙일보 2014.04.07 00:29 종합 13면 지면보기


사람 몸 안에서 암세포를 만나면 스스로 터지는 ‘나노 수류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폭발과 함께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와 치료제가 쏟아져 나온다. 3㎜ 이하의 작은 암세포까지 조기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가톨릭대 공동
암 표적치료 새 지평 열어



 기초과학연구원(IBS) 현택환(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중견석좌교수) 나노입자연구단장과 가톨릭대 나건(생명공학) 교수 공동 연구팀은 종양조직에 도달했을 때만 폭발하는 복합 나노물질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세계적 화학저널인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판에 최근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 조직이 성글다. 표면에 약 100㎚(1㎚=10억 분의 1m) 크기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또 혈액이나 정상 조직에 비해 표면 산성도가 낮고(pH 6.5 이하), 표면은 음(-) 전하를 띤다.



 연구팀은 이를 감안해 암세포를 만나면 표면 전하가 음에서 양(+)으로 바뀌는 60㎚ 크기의 물질을 만들었다. 이 물질은 암세포 구멍 속으로 쉽게 빨려들어가고, 표면보다 산성도가 더 낮은(pH 6.0 이하) 세포 안쪽에 도착하면 수류탄처럼 자폭한다. 이때 미세한 산화철·광감작제(光感作劑, 빛과 산소를 만나면 특정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약제) 입자를 쏟아내는데, 산화철은 형광빛을 내고 MRI에 반응해 암세포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 광감작제는 밖에서 레이저를 쏘아주면 다량의 활성산소를 만들어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폭탄’ 기능을 한다(광역학 치료).



 암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복제 세포를 만들어(tumor heterogeneity) 약물에 내성이 생기고 표적치료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이 ‘나노 수류탄’을 이용하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현 단장은 “레이저를 쬐기 쉬운 피부·후두·구강암 등에 우선 쓰이겠지만, 내시경 끝에 레이저 발생장치를 달면 다른 장기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 등을 거쳐야 해 실용화에는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한별 기자



◆광역학(photodynamic) 치료=암세포만 골라 결합하는 광감작제를 주사한 뒤 이 약제를 활성화시키는 파장의 빛(레이저)을 쬐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항암제·방사선 치료와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는 ‘표적 치료’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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