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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웅 변호사의 그럴 법한 이야기]"새엄마는 아파트 받았으니 …" 전처 자녀가 유산 요구하면

중앙일보 2014.04.07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재산이 많건, 적건 상속문제는 만인의 관심사다. 요즘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상속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부쩍 늘어났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상속분할 땐 미리 받은 재산 포함
덜컥 합의했다간 몫 줄어들어

 상속 갈등은 드라마에서도 단골 소재다. 드라마에서 그리듯 막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갈등과 다툼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현실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속제도를 조금만 알고 있어도 굳이 얼굴 붉히며 법정까지 갈 필요가 없는 사건들이 의외로 많다. 몇 년 전 가정법원에 근무할 때 접했던 사건도 그랬다.



 아내와 사별한 후 오랫동안 혼자 지내던 A씨는 뒤늦게 마음이 맞는 여성 B씨를 만나 재혼했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뜨면 아내의 생활이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었다. A씨는 아파트 명의를 미리 아내 앞으로 돌려놨다. 3년 뒤 A씨가 숨졌다. 이후 아파트 외에 10억원이 넘는 다른 재산을 남긴 사실이 드러났다. 장례를 마치자마자 B씨와 전처 소생 자녀들 간의 다툼이 시작됐다. 자녀들은 “새어머니가 아파트를 가져갔으니 다른 재산은 우리들끼리만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파트를 뺀 상속 재산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분할해야 한다”고 맞섰다. 해결이 안 되자 양측은 법원을 찾았다.



 상속 재산이라고 하면 보통 어떤 사람이 사망한 시점에 그 사람 명의로 돼 있는 재산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인이 생전에 상속인에게 미리 넘겨준 재산(‘특별수익’)이 있다면 이를 포함한 재산 전체(간주상속재산)가 분할 대상이 된다. 즉, 미리 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은 남은 상속 재산에서는 덜 받아가게 되는 식이다. 이를 모른 채 사망 시점의 재산만 상속 대상이라고 생각해 ‘상속재산 분할합의서’에 덜컥 도장을 찍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 국내 사정에 어둡고 부모님의 재산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교포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수익은 상속인들 사이의 공평함을 해칠 정도의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여러 자식들 중 한 명에게 약간의 용돈을 주었다고 해서 특별수익이라고 보지 않는다. 반면 다른 자식들에게 모두 전세자금을 보태줬는데 한 명에게만 주지 않았다면, 다른 자식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돌아가신 분이 부모로서 의무적으로 한 일, 즉 기본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소정의 교육을 시킨 정도를 갖고 특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원이 남은 재산의 상속 대상에서 B씨를 배제하라고 판결한 배경이다. 이런 법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면 애초에 분쟁이 발생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돌아가신 분이 아주 오래전에 물려준 재산도 상속 때 고려대상이 될까? 답은 ‘그렇다’이다. 재산 상속이 언제 이뤄졌는지 등 시간 간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수십 년 전에 물려준 것도 모두 계산에 넣는다. 물론 아주 오래된 경우, 실제 그것이 물려받은 것인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기는 하다.



 한 사람에게 미리 물려준 게 너무 많아 실제 상속 때 다른 상속인들이 별로 받을 게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민법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유류분(遺留分)’ 제도를 두고 있다. 원래는 고인 사후에도 유족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은 물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배우자와 자녀들은 법정 상속분의 절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이 보장된다.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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