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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연재, 아름다운 근육

중앙일보 2014.04.07 00:26 종합 26면 지면보기



가녀린 요정서 '강인한 전사'로 … 리듬체조 월드컵 첫 개인종합 1위
날씬함 포기하고 근육 늘리기
빠르고 강해지면서 체중 그대로
힘 좋아져 고난도 연기도 가뿐

























손연재가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4 국제체조연맹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손연재는 총점 71.200으로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다. [사진 IB월드와이드]
손연재(20·연세대)가 리듬체조 월드컵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땄다. 가녀린 ‘요정’이 아닌 강인한 ‘전사’가 이뤄낸 성과다.



 손연재는 6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4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개인종합 곤봉에서 17.550점, 리본에서 17.950점을 받았다. 전날 후프 17.900점, 볼 17.800점을 더해 총점 71.200점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리듬체조가 FIG 공인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손연재가 월드컵 종목 메달을 따낸 건 8차례나 되지만 개인종합에서는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리듬체조 세계 1, 2위 마르가리타 마문(19)과 야나 쿠드랍체바(17·이상 러시아)가 지난주 홀론 그랑프리에 참가하는 바람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그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1·벨라루스), 마리아 티토바(17·러시아)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손연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수가 거의 없는 깨끗한 연기를 선보였다. 후프와 볼 종목에서 무결점 연기를 펼친 손연재는 6일 곤봉 연기 중 매끄럽지 않은 동작을 살짝 보였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연기를 마쳤다. 반면 스타니우타는 곤봉에서 수구가 매트 밖으로 떨어지는 큰 실수를 저지르며 2위(68.150점)로 미끄러졌다. 티토바는 잔 실수가 많아 4위(67.800점)로 떨어졌다. 손연재는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훈련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2012년 8월엔 가냘픈 허리 손연재는 살이 많이 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체중 변화는 거의 없었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역동적인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근육을 늘린 것이다. 지금 손연재의 몸은 꽤 커진 느낌이지만 런던 올림픽에선 가냘픈 이미지였다. [중앙포토]
 지난 시즌을 마친 손연재는 다소 살이 오른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통통하게 살찐 볼과 목, 허벅지 등이 부각된 사진들 때문에 “자기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 앞서 손연재는 독하게 훈련했고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손연재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에 보여줬던 아름다운 몸매를 포기했다. 가냘픈 ‘리듬체조 요정’이 아닌 강한 ‘리듬체조 전사’가 되기 위해 근육량을 늘렸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10시간이 넘는 강훈련을 했고,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고 과일과 우유 위주로 식단을 짰다. 손연재의 몸무게는 수년째 47~48㎏을 유지하고 있다. 늘어난 살집은 대부분 근육이다. 예전만큼 날씬하진 않은 대신 에너지 넘치는 연기가 가능해졌다. 송희 SBS 해설위원은 “리듬체조 선수는 표현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너무 말라도 연기가 돋보이지 않는다”며 “손연재는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근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빠르고 힘 있는 연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워가 향상되면서 연기 난도를 높였는데도 실수가 줄었다.



 지난 시즌까지 손연재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고 정적인 연기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쉴 틈 없이 동작이 이어져 프로그램이 꽉 찼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 시즌엔 배경음악 선정에 애를 먹으며 프로그램 적응이 늦었지만 이번엔 손연재가 배경음악 선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할 수 있었다.



 스텝도 경쾌해졌다. 단순히 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손은 수구를 조작하면서 상체도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고난도 연기를 무난하게 해내고 있다. 김지영 심판은 “지난 시즌에는 수구 조작 사이에 틈이 있어 단조로웠지만 이번 시즌엔 연기가 물 흐르듯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장기인 푸에테 피벗에서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푸에테 피벗은 한 다리는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 다리는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회전 동작이다.



박소영 기자



송희 SBS 해설위원이 말하는 ‘강한 손연재’



● 배경음악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스스로 음악 선정에 참여했다. 덕분에 종목별 특성에 맞는 음악으로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 연기 난이도 지난 시즌 연기는 느리고 정적이었다. 올해는 난도 여러 개가 혼합돼 구성이 꽉 찬 느낌.

● 스텝 발만 움직이는 스텝에서 탈피했다. 댄스 스텝도 밟고 상체 웨이브를 타는 등 가벼우면서도 힘찬 스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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