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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한계라니요, 산은 넘으라고 있는 것

중앙일보 2014.04.07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4일 영남대에서 열린 ‘홈커밍데이’에서 이 학교 1회 졸업생인 전재희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왼쪽에서 셋째) 등이 학생들과 걷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서울에 사는 50·60대 100명의 지방 사립대 졸업생들이 4년째 모교를 찾아 미국 명문대처럼 ‘홈커밍데이’를 열고 있다. 그것도 특강 정도를 하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명문대 뛰어넘는 지방대 만들기’라는 주제를 정해 조직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 매년 4월 첫째 주 금·토요일을 홈커밍데이로 정한 영남대가 바로 그곳. 국내 4년제 대학(단과대 제외) 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곳은 이 대학이 유일하다고 한다.

영남대 동문 '홈커밍데이' 4년째
전재희 전 장관 등 모교 찾아
장학금 보태고 일자리도 주선



 지난 4일 홈커밍데이가 열린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컨벤션홀. 100명의 졸업생이 50여 명의 학생 대표와 한자리에 앉았다. 정·재계, 법조계 등 대한민국 중심에 있는 파워리더들이었다. 정계엔 김광림(66)·김상훈(51) 국회의원과 전재희(65·여)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재계엔 이동건(56)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이, 법조계엔 서영득(55) 변호사 등이다.



 경제금융학부 4학년 정진국(26)씨가 “지방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조언을 해 달라”고 하자, 옆에 있던 전 전 장관이 “지방대라고 안될 것이란 생각을 버리는 게 시작이다. 산은 넘으라고 있고, 강은 건너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꽃다발을 전하던 경영학부 정현준(28)씨가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해도, 지방대 출신은 서류전형에서 불리하다”고 하자, 이동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은 “회사의 인재상이 무엇인지 살펴서 공략하면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영남대의 홈커밍데이는 장학금을 모으고, 일자리까지 챙긴다. 100명의 졸업생이 홈커밍데이를 하면서 4년간 학교에 내놓은 장학금만 10억원. 수표를 총장 손에 덥석 쥐여 주거나, 학교 계좌로 송금하는 식이다. 40여 명의 학생이 이들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아 졸업했다. 국내 100대 기업(매출액 순)에 취업한 졸업생도 2000명이 넘는데 이 중 일부도 음으로, 양으로 선배의 도움을 받았다. 인턴할 만한 기업을 찾아 ‘스펙’을 쌓도록 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알려줘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감안하도록 하는 식이다. 지원 회사 직원을 소개해 면접 준비를 돕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삼성물산에 입사한 05학번 예준성(27)씨는 “2011년 홈커밍데이에서 만난 선배와 e메일을 1년여간 주고받으며 취업을 준비해 ‘삼성맨’이 됐다”고 말했다.



 홈커밍데이는 69학번인 윤상현(65) ㈜일신전자 대표가 처음 착안했다. 2009년 우연히 상경대 재학생들을 만나면서다. 지방대 출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고 싶다는 후배들의 말을 들은 그는 졸업 명부를 뒤졌다. 도움을 줄 만한 동문을 찾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찾아가고, 연락해서 후배들을 챙기자고 설득했다. 윤 대표는 “최광식(61) 한국도심공항 대표가 먼저 함께하기로 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100명의 그룹을 조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2011년 4월 서울에 사는 재경동문이 만든 홈커밍데이가 시작됐다. 그는 “지방대 출신의 힘겨움이 행사의 배경에 깔려 있다. 서울에 있는 힘있는 선배들이 이를 바로잡아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후배들과 밤을 보내면서 ‘멘토-멘티’를 정하기 위해 행사는 1박2일로 진행된다. 노석균(59) 영남대 총장은 “최근 다른 대학에서도 홈커밍데이의 효과 등을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1967년 대구대와 청구대가 통합해 개교한 영남대는 지금까지 20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경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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