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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보다 음악성 … 귀 밝아진 한국 청중

중앙일보 2014.04.07 00:21 종합 21면 지면보기
명성보다 다양한 음색을 즐기는 청중이 늘면서 처음 내한하는 교향악단이 늘고 있다. 4월 첫 무대를 선보이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사진 빈체로]


한동안 한국 청중이 사랑하는 교향악단은 명성과 이름으로 순위가 정해져 있었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힌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은 내한 공연마다 입장권 고가 기록을 세웠다. ‘런던 빅 5’라 불리는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BBC 심포니’ ‘로열 필하모닉’ 등의 티켓 파워도 거셌다.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국내 음악애호가들의 충성도가 낮아졌다. 세계 각지에 잘하는 교향악단은 많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 것이다.

새 얼굴 오케스트라 방한 급증
베를린·빈필 쏠림 여전하지만
개성파 음악팬 다양한 욕구 반영
스위스 대표 세 악단 잇단 공연



클라라 주미 강
지난달 창간 30돌을 맞은 공연예술전문지 ‘객석’의 독자 설문조사에서도 취향 다변화가 나타났다. ‘좋아하는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10년 전 1, 2위를 했던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은 같았지만 3위였던 뉴욕 필하모닉이 떨어지고 네덜란드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가 그 자리를 꿰찼다. 기존 평판이나 역사보다는 ‘내 귀’가 판단하는 연주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이런 음악팬들의 욕구를 반영하듯 올해 한국을 찾는 교향악단은 쏠림과 단골 현상이 심했던 과거와 달리 새 얼굴의 첫 방문이 많아졌다. 스위스의 각 언어권을 대표하는 세 오케스트라가 한꺼번에 내한하는 것도 한 흐름이다. 스위스 독일어권인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스위스 프랑스어권인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스위스 이탈리아어권인 ‘스비체라 이탈리아나 오케스트라’가 온다.



기돈 크레머
 데이비드 진먼이 지휘하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는 1868년 창단돼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대표 교향악단이다. 초대 지휘자였던 프리드리히 외거가 작곡가 브람스와 친분이 두터워 브람스가 직접 지휘봉을 잡으면서 유명해졌다. 4월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첫 내한 무대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7)는 그동안 독주자로만 한국을 찾았던 거장으로 첫 협연을 선보인다.



 23년 만에 한국을 찾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창립 100년을 바라보는 스위스 양대 교향악단의 하나다. 7월 1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 지휘자 가즈키 야마다와 함께 림스키 코르사코프 ‘세헤라자드’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바이올린 협연자는 올 금호음악인상에 빛나는 클라라 주미 강(27)이다.



 노장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77)가 이끄는 스비체라 이탈리아나(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는 1933년 루가노에서 창립해 짧은 시간에 명성을 쌓았다. 9월 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4번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지난해 유럽문화상 신인 연주자상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26)이 협연한다.



 스위스 교향악단의 한국 무대 진출은 중국과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 해도 다양한 컬러의 관현악을 즐기고 싶어 하는 개성파 청중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한국 무대에 서는 세계 각지의 교향악단은 더욱 다채롭고 신선해질 전망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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