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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버려지는 아이들,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

중앙일보 2014.04.07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현재 전국 281개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1만590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여러 이유로 부모를 잃은 뒤 입양으로 새 가정을 얻는 대신 보육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새로 버려진 아기만 239명이라니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우선, 버려지는 아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취재팀이 부모를 잃은 아이 632명이 모여 사는 서울 은평구 꿈나무 마을을 취재한 결과 드러난 이들의 생활상은 더욱 놀랍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이 마을 속의 알로이시오 초등학교는 전원 고아들로 이뤄졌는데 아이들이 중학교로 진학하면 ‘중1병’을 심하게 앓는다고 한다. 같은 처지의 또래와 달리 부모가 있는 다른 아이들과 처음 만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리적 불안증상 등 부모가 돌봐줬더라면 겪지 않았거나 더욱 쉽게 대처할 수 있었을 다양한 정신·심리적 증세를 겪으면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니 가슴 아플 따름이다. 아이들이 만 19세가 되면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것도 문제다. 나갈 때 받는 자립지원금 500만원과 얼마간의 개인후원금으로는 서울에서 작은 월세방 보증금을 내기에도 빠듯하다. 그래서 학업보다 취업이 우선인데 요즘 같은 취업난에 이들의 설 땅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들은 지금까지 사실상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법을 만드는 정치인도,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가도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이 집단 거주하는 이곳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니 씁쓸하다. 한마디로 사회적·정치적 약자로서 철저히 소외돼온 셈이다.



 사회가 부모를 대신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성과 노력에 따라 이들의 성장과 자립을 도와주며 희망을 줄 수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미혼모·미혼부가 아이를 주변 가정에 입양 보내고 싶어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기록을 남기도록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입양을 포기하고 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범죄로 인한 부모의 구치소 수감, 부모의 장애·질병, 외국인·불법체류자 신분 등의 이유로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경우에는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을 강화해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중1병’과 사춘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시설 수용 아이들에겐 성장통을 줄일 수 있도록 멘토를 맺어줘야 한다. 전문가의 심리상담 제공과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감성교육 등 맞춤형 복지도 필요하다. 만 19세가 되면 독립해야 하는 아이들에겐 공정한 사회적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함께 나서서 이 아이들을 보듬고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도록 복지·교육·직업훈련을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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