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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연봉 공개, 배 아플 게 아니라 …

중앙일보 2014.04.07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누구에게 득이 됐을까. 최근 공개된 국내 상장회사 등기 임원의 보수를 접하면서 든 생각이다. 연봉이 5억원을 넘으면 상당한 고소득이다. 예상대로 ‘배 아프다’는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놀라움은 기본, 언성도 높였다. 적자투성이 기업의 오너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은 매서웠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오너가 많은 연봉을 받은 것에 대한 반감도 컸다.



 연봉 공개의 법적 근거는 지난해 5월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다. 이번이 첫 공개다. 회사의 등기 임원들이 성과에 비해 과다한 보수를 받지는 않는지 주주들이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이런 명분, 토 달기 어렵다. 주주들은 임원들이 합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는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착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착한 제도가 모두 좋은 결과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주 권리를 높인 제도라면 주주에게 득이 돼야 한다. 과연 임원들이 얼마씩 받는지를 알게 되면 주주 가치가 올라갈까. 주주의 관심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임원들이 경영을 잘하는지, 회사는 이익을 내는지, 그래서 주가는 오르고, 배당을 받을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종전처럼 등기임원의 보수 총액만 알아도 주주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



 개별 임원들이 각각 얼마씩 받는지 까발리는 건 기업과 경영진을 파렴치범으로 몰 소지가 있다. 물론 이 제도가 아무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간혹 성과도 못 내면서 많은 보수를 받는 임원이 걸러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기업이면 이미 시장이 단죄한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다. 시장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데 굳이 법으로 강제해 봤자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대신 부작용은 넘쳐난다. 등기 임원에서 비등기 임원으로 신분을 세탁하는 분이 많아질 것이다. 이미 눈치 빠른 분들, 실천했다. 임원들이 5억원 넘는 연봉을 한 회사에서 받지 않고 계열사 여러 곳에 적을 두고 연봉을 쪼개 받는 편법도 만연할 터다. 더 심각한 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연봉 좀 받는다고 돌팔매질당하면 누가 한국 기업에 오겠는가.



 물론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한다. 미국은 고액 연봉 상위 5명만이, 일본은 1억 엔(10억2000만원) 이상만이 대상이다. 그렇다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S&P 500 기업에 포함된 327개 기업의 최고경영자 평균 급여는 근로자 평균 급여보다 354배나 많다. 한국은 이 배율이 13배에 불과하다. 등기 임원들이 연봉을 많이 받는 게 ‘배 아플’ 일은 아니다. 오히려 ‘부러울’ 일이다. 나도 열심히 해 고액 연봉을 받는 일꾼이 되겠다는 ‘동기 부여’의 부러움 말이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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