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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암초' 장세 … 작은 배가 잘 헤쳐나갔다

중앙일보 2014.04.07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는 숱한 ‘암초’와 맞닥뜨려야 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가면서 신흥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리스크가 불거졌다. 국내에서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치는 ‘어닝쇼크(earning shock)’까지 가세하며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14년 1분기 펀드 평가
양적완화 축소 등 악재 속
국내 중소형주 순발력 발휘
수익률 4.34%로 쏠쏠한 성적
2분기엔 대형주 반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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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초 지대를 통과할 때는 큰 배보다는 작은 배를 모는 게 한결 수월하다. 재빠르게 항로를 바꾸며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도 그랬다. 본지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1분기 펀드 성과를 평가한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8%로 부진했지만 중소형주 펀드(4.34%)는 쏠쏠한 성적을 거뒀다.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건 코스닥의 약진 덕분이다. 1분기 코스피지수가 1.28% 떨어질 동안 코스닥지수는 거꾸로 8.32% 올랐다. 엔터테인먼트·카지노 같은 이른바 ‘놀자주’와 바이오·건강 관련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들은 대형 수출주처럼 세계 경기 흐름에 민감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내수 살리기’ 정책의 수혜도 톡톡히 볼 것이란 기대까지 받으며 주가가 비상했다.



 그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중 5개를 ‘중소형주 투자’를 표방한 펀드들이 채웠다. 이들 펀드는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순자산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펀드는 ‘알리안츠 베스트중소형’뿐이다. 수익률 1위는 ‘동부바이오헬스케어’(11.29%)가 차지했다. 제로인 황윤아 연구원은 “1분기에는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개별 종목별로 주가가 활발히 움직였다”며 “몸집이 무거운 대형 펀드들보다는 중소형 펀드들이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암초 지대에선 속도(수익성)보다는 안전(안정성)이 우선이다. 주가 차익보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에 무게 중심을 둔 펀드들도 수익률 상위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신영 밸류우선주’(7.99%), ‘KB 배당포커스’(5.14%)가 대표적이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배당을 좇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주는 우선주가 강세를 띠는 것도 그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도 ‘맷집’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치주펀드에 돈을 몰아넣었다. 자금 순유입 규모에서 신영자산운용(3836억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3683억원)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신영 마라톤’ ‘한국밸류10년투자’ 등 이들 운용사의 대표 가치주 펀드들은 1분기 2%대 수익률을 내며 선방했다.



 운용사별 수익률에서도 ‘장기, 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곳들이 선전했다. ‘코리아 리치투게더’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4.61%)이 수익률 1위에 올랐고, 이어 2위는 메리츠자산운용(2.59%)이 차지했다. 두 회사는 여의도에서 벗어나 각각 판교와 북촌 한옥마을에 둥지를 틀고, 2~4개 소수의 펀드만 집중해 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35%로 국내보다 부진했다.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중국 펀드(-7.04%)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반면 인도(9.98%)와 베트남을 비롯한 프런티어시장(8.91%) 펀드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인도는 중국의 대안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고, 베트남은 테이퍼링 충격에서 한 발 비켜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선진시장에선 유럽(2.43%), 북미(1.88%) 펀드가 그나마 버텼지만 일본(-8.68%) 펀드는 급락했다.



 2분기에도 펀드 시장은 암초지대에 머무를까. 분위기가 다소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말 이후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형주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반면 1분기 초강세였던 중소형 성장주들은 미국 나스닥 시장의 바이오·기술주들이 ‘거품논란’에 휩싸이면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중소형주가 최근 2~3년간 대형주에 비해 많이 올라 더 이상 ‘싼 주식’을 찾기 쉽지 않아졌다”면서 “저평가된 대형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도 ‘대형주의 복귀’를 점치고 있다. 허 부사장은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 규제완화의 효과가 가시화되면 2분기 이후에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지난해 말 이후 펀드 내에 저평가된 대형주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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