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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근로자 우울증 땐 생산성 뚝 … 기업·정부 관심 가져야

중앙일보 2014.04.07 00:01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가장 흔한 안부 인사 중 하나가 ‘건강 잘 챙기세요’다. 실제로도 우리는 건강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단어 앞에 ‘정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약간 어감이 달라진다.



정신건강은 몸건강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거부감으로 인해 관리는 물론이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어렵다. 이런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매년 4월 4일을 ‘정신건강의 날’로 제정했다. 올해에는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국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우울증에 대한 인식과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 개인의 우울감뿐 아니라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쳐 업무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직장 내 우울증은 개인의 고통과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집중력·작업기억·실행기능과 같은 여러 영역의 인지능력 장애로 생산성이 하락한다. 결국 기업과 국가 차원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또 우울증 환자로 진단받은 응답자의 47%가 업무적 측면에서 집중력 및 결단력 저하, 건망증 등의 인지능력 장애를 겪어 업무 생산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척도를 기준으로 자신의 업무 수행도를 평가했을 때 우울증으로 인해 업무 수행 수준이 20%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하면 쉽게 증세가 호전되고 전반적인 일상 기능도 향상된다. 특히 근로자의 우울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개인의 질병 치료뿐 아니라 기업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사회의 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이런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상담이나 진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12~13일·COEX)과 대구(25일·EXCO)에서 정신건강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100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참여해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 증진 방법과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전시·상담·강연·체험·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에서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 극복을 위해 구체적이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도 정신보건법 개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울증의 사회적 편견이 상당함을 고려하면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직원 50인 이상의 사업장은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의무화해 직장에서 정신건강 상담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한다면 직장 내에서도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정신 건강’에 대해 논의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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