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격에 놀라 혼비백산…서해 꽃게 도망갔나?

중앙일보 2014.04.03 16:44
지난 2일 오전 10시 서해 소청도에서 남동쪽으로 8㎞ 떨어진 바다. 꽃게 어장인 이곳에서 7.9t 어선 금수호가 크레인으로 그물을 들어올렸다. 바로 전날 한 차례 꽃게를 잡고 다시 쳐둔 그물이다.



그물엔 꽃게가 듬성듬성 걸려 올라왔다. 홍어·광어·도다리도 잡혔다. 그러나 최원조(61) 선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꽃게가 생각만큼 많이 잡히지 않아서다. 3시간 동안 14개 그물을 들어올려 잡은 꽃게는 모두 650㎏. 북한의 포격이 있기 전인 지난달 30일 1.25t을 잡았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이됐다.



최 선장은 "포격 직후인 1일에도 오늘만큼 밖에 잡지 못했다"며 "포성과 진동에 꽃게가 다른데로 달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금수호가 조업한 장소는 지난달 31일 북한이 옹진반도에서 쏜 포탄이 떨어진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서해 5도에서 본격 꽃게잡이철이 시작됐다. 하지만 어획량이 예전같지 않다. 어민과 전문가들은 포격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임양재(51) 박사는 “물 속은 지상에 비해 소리 전달이 빨라 폭발음에 꽃게 같은 생물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 같은 산란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알을 잘 낳지 못해 몇 년 뒤 개채 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청도 강신보(57) 어민회장은 “꽃게는 서해5도 어민들 연간 수입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포격 때문에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31일 하루 조업을 못해 서해5도 어민들은 어선 1척당 수백만원 손해을 봤다.



포격은 멈췄지만 긴장감은 계속 감돌았다. 금수호가 조업한 바다와 인근에는 해군 함정 3척이 머물렀다. 어부들은 "북한이 도발한 뒤 해군의 대북감시활동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금수호 안에선 이따금씩 "별일 없느냐"고 확인하는 무전이 울렸다. 어업지도선이 연락한 것이었다. 금수호에서 꽃게를 잡은 어부 윤기옥(56)씨는 "혹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안개가 낀 날에는 조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나마 줄어든 꽃게를 잡는 날마저 감소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청도·소청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