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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문화 … 일본, 141년 전 이미 알았다

중앙일보 2014.04.03 00:54 종합 23면 지면보기



프리츠커상 여섯 번 휩쓴 저력
서구 유명 건축가 작품 적극 수용
장인정신 존중하는 문화도 한몫
비엔날레 등 세계적 흐름 주도





최근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받으며 일본 건축의 저력이 새삼 눈길을 모으고 있다. 1979년부터 올해까지 일본 건축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단게 겐조(1987년), 마키 후미히코(1993년), 안도 다다오(1995년),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2010), 이토 도요(2013)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세계 무대에서 일본 건축가의 활약은 프리츠커 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성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는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총감독을 맡았다. 젊은 건축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후지모토 소우(42)가 대표적인 예로, 그는 지난해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을 만들며 건축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동안 자하 하디드·피터 줌터·프랭크 게리·렘 쿨하스 등 쟁쟁한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 40대 초반의 신예 건축가가 낙점을 받은 것은 파격이었다.



 이밖에도 일본엔 고(故) 구로가와 키쇼를 포함해 아라타 이소자키·야마모토 리켄·구마 겐코 등 저명 건축가들이 적잖다. 일본 건축가들의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 전세계 클라이언트(건축주)를 상대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건축 강국’으로 올라선 비결은 무엇일까.



 ◆근대화와 건축 문화=전문가들은 일본이 근대화에 앞섰으며 건축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랐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건축가의 산실로 꼽히는 도쿄대 건축과(당시 이름은 공학료 조가학과)를 만든 것은 1873년이었다. 그만큼 출발이 빨랐다. 서구 문화 흡수에도 적극이었다. 1910년대 초반에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제국호텔 신관(1922년 준공)을 설계해 지었고, 르 코르뷔지에는 1959년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지었다. 경기대 건축대학원 이종건 교수는 “일본 건축가들은 1950년대에도 이미 세계 현대 건축의 주류 안에 있었고 국제적으로 교류하는데 적극이었다. 건축의 문화적 가치를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정신 중시=연세대 건축과 최문규 교수는 “건축은 협업이다. 설계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가 좋은 건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유해야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물론 디테일 등 완성도를 중시한 시공사 마인드 뒤에 장인을 존중한 문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본 건축가 구마 겐코는 2011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건축가와 장인이 균형을 이루고 공존해 왔다. 양자는 존경과 협력의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대 건축과 전봉희 교수는 “세계적 건축가들은 대개 젊은 시절엔 작은 규모의 주택 설계를 하며 성장했다”며 "아파트 문화가 주류인 한국과 달리 주거 유형의 60%가 주택인 일본은 젊은 건축가들이 활발하게 실험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방위 문화 외교력=한국예술종합학교 우동선 교수는 “일본은 건축뿐만 아니라 문화 전체를 외교 전략의 큰 구상 아래 세계를 공략한 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정부는 주요 프로젝트 발주 시스템에 자국 건축가를 지원하고 알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고, ‘A+U’ ‘GA’등 세계적인 건축잡지 발간과 활발한 해외 건축전 등이 일본 건축을 세계로 밀어줬다는 것이다. 일본 건축전문가 데이나 번트록 교수는 일본 건축가들이 약진한 비결로 ‘문화 교류를 위한 국가적 지원’과 ‘활발한 출판활동’을 꼽은 바 있다. 일본 교토대 출신의 임태희 박사(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대표)는 “시간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추구하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건축가들과 정부·기업·미술관 등 다양한 조직의 지속적인 지원이 함께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사진 설명



일본에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선 건축가들이 많다. 1 지난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토 도요가 설계한 일본 에히메현 건축박물관. [Hyatt Foundation] 2 1987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단게 겐조가 설계한 일본 도쿄 후지TV 방송국과 오다이바 아쿠아시티. [Mark Nelson] 3 올해 프리츠커상을 받은 반 시게루가 설계한 프랑스의 퐁피두 메츠 센터. [Didier Boy de la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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