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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는 좀 컸지만 … 언론은 퇴장감

중앙일보 2014.04.03 00:42 종합 24면 지면보기
아시아 프로축구에서 중국의 성장은 눈부시다. 중국 수퍼리그 최강 광저우 헝다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언론의 수준은 축구 발전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항전이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등 각종 국제경기에서 중국 취재진은 악명이 높다. 경기와 상관없거나 인터뷰 대상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저급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 잦다. 본선 조별리그가 진행 중인 올 시즌 ACL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유럽팀 가릴 것 없이 … 만날 때마다 저급한 질문 왜
"이기면 강남스타일 춤출 건가"
K리그 깎아내리거나 인신 공격도
중국 축구 기자 1만 명 … 한국 50배
"튀어야 산다" 선정성 경쟁 심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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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저우 헝다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지난달 1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강희(55) 전북 현대 감독은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중국 기자는 “당신은 한국 대표팀 감독 시절 국내파 선수 위주로 꾸려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해외파들로 그리스를 이겼다. K리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K리그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눈치챈 최 감독은 “그건 홍명보 감독에게 물어볼 내용이다. 지금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점잖게 피해 갔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헝다와의 ACL 결승을 앞둔 최용수(41) FC 서울 감독은 중국 기자로부터 ‘광저우를 꺾고 우승한다면 세계적인 명장 리피 감독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출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최 감독은 “강남스타일 춤은 유행이 조금 지났다. 타이밍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한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유럽의 명장도 황당한 질문을 피할 순 없다. 2009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라치오와의 이탈리아 수퍼컵 경기를 앞두고 인터밀란을 이끌던 조제 모리뉴(51)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중국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당신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던데, 중국 여자를 보면 흥분되지 않나’라는 질문에 화가 난 모리뉴 감독은 “올림픽에서 많은 금메달을 따낸 중국이 유독 축구만 저질인 이유는 기자들의 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라며 독설을 날렸다.



 중국 기자들이 유독 자주 물의를 일으키는 건 ‘튀어야 산다’는 선정성 경쟁 탓이다. 중국에서 축구 기자 수가 1만 명에 달한다. 203명(2014년 4월 대한축구협회 등록자 기준)이 활동 중인 한국의 50배다. 눈에 띄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도를 넘는 ‘황당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장수(58) 전 광저우 헝다 감독은 “일부 중국 기자는 의도적으로 취재원의 감정을 자극해 돌발행동을 이끌어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미디어의 이 같은 행태는 중국 클럽을 맡은 일부 지도자의 일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광저우 헝다를 맡고 있는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지난 1일에도 ACL 전북과 경기를 앞두고 공식 인터뷰에 무단 불참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자회견 불참으로 AFC로부터 벌금 1000달러를 부과받은 리피 감독은 “1만 달러를 줄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며 안하무인 격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용수(57) KBS해설위원은 “중국 축구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클럽의 경기력을 높였지만 아직까지 취재진의 수준은 끌어올리지 못했다”며 “축구 발전에는 미디어의 발전도 포함되어 있다. 각국 미디어의 교류 확대를 통해 중국 미디어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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