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 공관장들과 만찬
'비정상의 정상화' 거론
접대·심부름 관행 일침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공관장과 정치권 모두를 향한 것이었다. 공관장이 눈치를 보며 영향력 있는 국내 인사들 접대에 주력하는 일도, 정치인들이 해외 출장 중 부적절하게 공관 인력 지원을 요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의원외교 명목으로 정치인들이 해외를 찾을 때 재외공관 외교관들이 쇼핑을 위한 안내나 개인적인 일 처리를 위한 통역 등에 동원되는 일이 많다.
동남아지역의 재외공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서기관은 “해외 관광객이 많이 오는 좋은 계절에 맞춰 의원 방문단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일이 몰리곤 한다”며 “이럴 때 수행을 맡다 보면 재외국민 보호 등 다른 업무를 병행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찬에 참석한 공관장들은 박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통일외교가 강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방점이 찍힌 것은 국내에서 오는 인사들 심부름하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원래 업무를 충실히 하라는 지적이었다”며 “강도가 아주 셌다”고 말했다. 또 “특히 그냥 ‘국내에서 오는 이들’이 아니라 정치인, 유력 인사라고 콕 짚는 것을 들으면서 직책 있는 이들이 자꾸 해외에 나가 공관 업무에 지장을 주는 관행을 막으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정치인 수발 들지 말라는 얘기인데, 경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재외공관이 창조경제의 시너지 효과 강화를 위한 해외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라며 “ 불필요한 일에 공관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이자 경고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