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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불법체류자의 딸, 하버드대 가다

중앙일보 2014.04.03 00:29 종합 26면 지면보기
“성적표를 받는 날은 행복했어요. 언어 장벽으로 고생하시고,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시는 부모님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거든요.”


아버지는 일식당 요리사

 미국 뉴저지주 러더포드 고교 졸업반인 박미진(미국 이름 제니퍼 박·18·사진)양이 하버드대에 합격했다. 그는 4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줄곧 불법체류자로 지내다 2012년 10월 추방유예 판정을 받고 임시 합법 신분을 취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체류 청년 구제’ 행정명령의 혜택을 본 것이다.



 미진양은 하버드의 저소득층 지원 정책에 따라 학비 전액을 면제받았다. “하버드에 합격한 것도 기쁘지만 가장 걱정했던 학비 문제를 해결하게 돼 더욱 기뻐요.”



 그는 영어·스페인어·라틴어와 함께 한국어도 유창하다. 그는 “최고의 친구인 부모님과 대화하기 위해 한국어를 익혔다”고 했다. “부모님은 미국 문화와 교육이 낯설었던 데다 생계를 책임지시느라 너무나 바쁘셨기 때문에 뭐든 저 혼자 알아서 해야 했어요. 이를테면 ‘솥뚜껑은 뜨거우니 만지면 안 된다’는 식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꿈꾸기 어려웠어요. 데이고서야 ‘뜨겁구나’하고 깨닫는 과정의 연속이었지요.”



 SAT에서 2400점 만점에 2350점을 받았고, 선이수 학점(AP)으로 5과목(역사·심리·미적분·문학·라틴)을 수강했다. 짬이 나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립싱크를 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영락없는 10대이기도 하다. 현재 전교 학생회장과 교내 신문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전국 웅변대회에서 장학금을 받는 등 언어와 웅변에 재능을 보이는 미진양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해 변호사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수학을 못해서 시험 전날은 가슴이 콩닥콩닥했다”며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 절대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도 잘하는 것이 있다’고 주문을 외우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미진양의 아버지는 “새벽 3시에 출근해 오후 늦게 집에 들어간다.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 오히려 영어가 서툰 부모의 입이 돼 주고 집안일을 거든 딸”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중앙일보 장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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